국내 방산업체들이 올해 처음으로 수출비중 40% 돌파를 앞두고 있다. 유럽 지역에 대한 무기 수주로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는 국내 방산업체들은 중동시장을 다음 타겟으로 삼고 있다. 중동 시장 공략으로 수출 비중을 절반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수주잔고를 고려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LIG 넥스원,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 등 주요 방산 4사의 올해 예상 매출 대비 수출비중은 약 40% 수준인 것으로 전망된다. 추정 매출 약 21조5000억원 중 8조6000억원 가량이 해외에서 발생할 것이란 관측이다. 지난해 수출 비중은 약 33%였다. 특히 국내 1위 업체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경우 올해 수출 비중이 45%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지정학적 긴장이 강해지면서 폴란드, 루마니아 등 유럽내 수주가 수출 실적을 끌어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국내 방산업체들은 수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다. 다만 업계는 해외 수주 실적을 한단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무기 시장의 ‘큰손’인 중동을 공략해야 한다고 보고 있다. 중동 국가들의 경우 방산 수요가 강한데 비해 방위 산업 기술 수준이 높지 않아 수입 비중이 높다. 중동의 무기 수입 비중은 전세계 무기 시장의 약 30%를 차지한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산업을 위해서는 엔진, 기계 등 기반 산업이 갖춰져야하는데 중동국가들은 그렇지 못하다”고 설명했다. 아직까진 전차, 자주포 등 국내 주요 수출품의 중동 수주가 본격적으로 이뤄지지는 않고 있다. 다만 올해 초 방위사업청 및 국내 업체들이 사우디아라비아·UAE 등과 방위사업 업무협약(MOU)을 체결하면서 수출 발판이 마련되고 있다는 평가다. 석유 감산 문제 등으로 중동과 미국의 관계가 금이 가고 있는 점도 한국 방산업계에는 기회가 되고 있다. 사우디·UAE 등은 지금까지 미국 무기를 주로 수입해왔지만 최근들어 미국외 국가를 무기수입국으로 고려하기 시작했다는 분석이다.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
방산주 강세가 쉽게 꺾이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지정학적 위기가 지속돼 방산업체의 수출이 늘어날 것이란 분석에서다. 신한투자증권은 11일 방산업종에 '비중확대' 의견을 유지했다.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방산주에 대해 "예상보다 주가 상승 속도가 빠르지만 '오버슈팅'(단기 급등)이 아닐 가능성을 생각해봐야 한다"며 "안보 불안이 가중돼 주가가 상승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최근 1개월(2월 8일~3월 8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국항공우주, LIG넥스원, 현대로템, 한화시스템의 시가총액은 20조2000억원에서 26조2000억원으로 30% 급등했다.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실적 대비 주가 수준)이 낮았고, 수출 모멘텀(상승 동력)이 부각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LIG넥스원이 주도주로써 상승세를 이끌었다.이 연구원은 "정보 공개가 극히 제한되는 방산업 특성상 상승, 하락 요인을 특정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면서도 "단기 급등에 따른 변동성은 대비해야겠지만 수출 증가세, 지역별 안보 불안이 이어져 상승세는 당분간 계속될 것이며 목표주가 조정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혔다.올해 전 세계 안보 질서가 외교적으로 해결될 가능성은 작다고 봤다. 전 세계 76개국에서 크고 작은 선거가 이뤄지기에 몇몇 국가가 주도해 안보 질서가 회복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다.그는 "이스라엘과 하마스 전쟁이 이어지는 가운데 주변 국가로 긴장이 확산하고 있다"며 "러시아, 우크라이나 전쟁도 2년을 넘어가며 서방과 공산 진영의 대결 구도도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남중국해 갈등도 부각되며 중국의 국방비 예산도 역대 최초로 300조원을 넘어섰다"며 "한국수출입은행법(수은법)도 개정되며 당국의 수출 지원 기조도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작년 4분기에 상장사 절반 이상이 ‘어닝 쇼크’를 낸 가운데 반도체·방위산업·발전 기업이 나홀로 선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모리 업황 회복과 ‘K방산’ 수출 호조, 전기료 인상 등이 호재가 됐다. 증권가에선 이들 업종이 탄탄한 실적을 바탕으로 올해 주식시장을 주도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HBM 주문 폭주에 반도체 ‘깜짝’ 실적25일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사 실적 예상치가 존재하는 상장사 236곳의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28조8297억원으로 집계됐다. 증권사 전망치(37조1400억원)보다 22.3% 줄었다. 통상 4분기는 인건비와 일회성 비용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기대에 못 미치는 경우가 많다. 메리츠증권이 최근 10년(2013~2022년)간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을 증권가 예상치와 비교한 결과 평균 18.7% 낮은 것으로 집계됐다.작년 4분기엔 어닝 서프라이즈를 나타낸 기업 비중이 전체의 16.9%로 전년(18%)에 비해 소폭 감소했다. 증권사 예상 대비 영업이익이 10% 이상 초과된 기업은 39곳, 증권사 예상은 적자였으나 흑자 전환한 기업은 SK하이닉스 한 곳뿐이었다.증권사들은 SK하이닉스가 4분기 515억원의 영업손실을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실제로는 3460억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반도체 업황 회복으로 인한 메모리칩 가격 인상과 인공지능(AI) 고부가가치 상품인 고대역폭메모리(HBM)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김형태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낸드 메모리 부문의 가격 상승 폭이 시장 기대치를 웃돌면서 어닝 서프라이즈에 기여했다”며 “D램 부문도 DDR5, HBM 수요 강세로 제품 판매가격 상승효과가 컸다”고 했다.한미반도체도 증권가 예상치(88억원)를 108.7% 웃돈 18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HBM 수요 증가로 주력 제품인 TC본더 수요가 함께 늘어나면서다. TC본더는 HBM의 수직 적층 패키징에 활용되는 장비다.방산업체도 두각을 나타냈다. 현대로템의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치를 90.4% 웃돈 698억원, 한국항공우주는 26.6% 상회한 1543억원,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15.2% 넘어선 2755억원이었다. K2 전차, K9 자주포 등 폴란드 수출 물량이 실적에 반영되면서 실적도 우상향했다.국제 유가 하락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한국전력과 계열사도 영업이익이 크게 늘었다. 한전의 4분기 영업이익은 증권가 예상을 71.4% 웃돈 1조8842억원, 한전KPS는 84.4% 상회한 592억원을 기록했다. 2022년 4분기 한전이 10조8209억원의 대규모 적자를 낸 것과 크게 대비된다. 이민재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전기요금 인상과 관련한 정치·경제적 변수가 적어지면서 올해 실적도 개선될 전망”이라고 했다.원가 하락과 판매가 인상 등의 호재로 타이어업체들도 기대 이상의 실적을 보였다. 금호타이어는 증권가 예상을 65.3% 뛰어넘은 1721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한국타이어도 예상치를 46.3% 초과한 492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중국 직격탄 화학·철강은 ‘쇼크’업종별로는 4분기 화학 업종이 부진한 실적을 보였다. 화학 업종 13개 상장사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687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 합산액(6852억원)의 10분의 1 수준에 그쳤다. 올 하반기 국제 유가가 급변동하고 중국 경기 침체가 장기화한 영향이다.철강 및 비철금속 업체들도 중국의 영향을 피해 가지 못했다. 에프앤가이드가 분류하는 금속·광물 업종 상장사 여섯 곳의 4분기 영업이익 합산액은 3206억원으로 증권사 예상치인 1조1488억원의 27.9% 수준에 불과했다.작년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과 주가 조작 사태 등으로 충당금을 크게 쌓은 증권사들 역시 4분기 실적이 부진했다. 증권사 다섯 곳의 작년 4분기 영업이익은 1619억원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2048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배태웅 기자 btu104@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