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세계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고금리로 벤처투자 시장이 얼어붙은 영향을 받았다. 2010년대 초 청정기술업계가 빠졌던 ‘죽음의 계곡’이 재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고금리 직격탄…기후테크 투자 12% 뚝
7일 블룸버그NEF에 따르면 지난해 기후테크 업체에 벤처캐피털(VC)과 사모펀드(PEF) 등이 투자한 규모는 510억달러(약 69조원)였다. 전년보다 12% 줄었다. 미국 시장정보업체인 사이트라인클라이밋은 “2020년 이후 처음으로 기후테크 투자 규모가 줄었다”며 “투자 건수도 감소하거나 그대로였다”고 분석했다.

고금리 여파가 컸다. 미국 기준금리는 지난해 초 연 4.5%에서 작년 7월 연 5.5%까지 올랐다. 블룸버그NEF는 “고금리로 비용이 늘면서 많은 투자 프로젝트가 중단됐다”며 “지난해 스타트업 전반에서 VC와 PEF 등의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35% 줄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기후테크 투자액 4분의 3 이상은 에너지·모빌리티 업체에 몰렸다. 지역별로는 미국(146억달러), 중국(117억달러), 유럽연합(EU·108억달러) 순이었다. 철강 업체인 H2그린스틸이 15억유로(약 2조2000억원), 배터리 제조사인 노스볼트가 12억달러(약 1조6200억원)를 투자받는 등 스웨덴 저탄소 기업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중국은 투자 규모가 전년보다 23%나 줄었다. 미국과 EU가 청정에너지 공급망을 내재화하면서 중국 내 에너지 스타트업 투자가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투자업계에선 2010년대 초 ‘청정기술 거품’이 꺼진 상황을 지난해 기후테크 업황과 비교한다. 당시 셰일가스 혁명으로 저유가 시대가 열리면서 태양열·태양광 스타트업 상당수가 무너졌다. 지금은 그때보다 기후테크 수준이 높아졌고 규제 장벽도 낮아졌지만 위험 요소는 여전하다고 업계는 설명했다.

기술 전문 매체인 MIT테크놀로지리뷰는 “2017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과 EU에서 기후테크 업체들이 받은 투자액 2700억달러(약 366조원) 중 2200억달러(약 298조원)가 자금 조달 초기와 후기 단계에 몰렸다”며 “사업성 파악 구간인 중간 단계 투자액이 적다는 건 탈탄소 산업 확장에 장애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주현 기자 dee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