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봄학교 시범' 대구 삼영초, 학생·학부모 호응 커
학부모들 "학원 1∼2개 덜 보내…믿고 맡길 수 있어 안심"
늘봄학교로 하교시간 늦춰진 초1들 "학원보다 좋아요"
지난 26일 대구 삼영초등학교. 정규 수업 시간이 끝난 오후 1시40분께 찾은 '늘봄교실'에는 1학년 학생 15명이 모여 늘봄 강사와 함께 색칠 공부를 하고 있었다.

이 학교 역시 다른 학교와 마찬가지로 초등학교 1학년 정규수업 시간은 오후 1시께 끝난다.

그러나 삼영초가 올해 1학기 늘봄학교 시범학교로 선정되면서 희망하는 모든 1학년 학생들은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늘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오후 3시 이후 하교하고 있다.

학생들의 얼굴은 밝아 보였다.

알록달록한 사인펜으로 꽃병을 색칠하는 데에도 각자 열심이었다.

학생들은 "친구들이랑 놀 수 있어서 좋다"고 입을 모았다.
늘봄학교로 하교시간 늦춰진 초1들 "학원보다 좋아요"
◇ 방과후 무료로 '오카리나·우쿨렐레·영어'…초1 하교, 2시간 늦어져
늘봄학교는 원하는 학생에게 다양한 늘봄교실(기존 돌봄교실), 방과후학교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제도다.

'돌봄 공백'을 메우고 사교육비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로 정부가 야심 차게 추진 중이다.

정부는 늘봄학교가 안착하면 궁극적으로 저출생을 해결할 수 있다고 본다.

올해 늘봄학교 정책의 큰 특징 중 하나는 희망하는 모든 초1을 대상으로 정규수업 후 2시간가량의 '맞춤형 프로그램'이 제공된다는 점이다.

기자단이 찾은 삼영초에서는 1학년 94명 가운데 62명(66%)이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희망하는 모든 1학년 학생이 참여하고 있다고 학교 측은 설명했다.

맞춤형 프로그램은 초1의 학교생활 적응과 정상적인 발달은 돕는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구성됐다.

학생들은 우쿨렐레와 영어 놀이, 오카리나, 공예, 보드게임, 책 놀이 등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여한다.

맞춤형 프로그램이 끝나면 오후 3시가 된다.

이날 맞춤형 프로그램으로 영어 놀이에 참여한 1학년 박지연 양은 "(다른 반) 친구들이랑 있으면 재밌고 새 친구도 사귈 수 있어서 좋다"며 "학원 가는 친구들도 있지만 (맞춤형 프로그램) 친구들과 친해져서 여기 있는 게 괜찮다"고 웃음 띈 얼굴로 말했다.
늘봄학교로 하교시간 늦춰진 초1들 "학원보다 좋아요"
◇ 학생들 "학교가 학원보다 편해…학원 스트레스도 풀려"
기존 돌봄교실은 '늘봄교실'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된다.

맞춤형 프로그램에 참여하고 싶지 않지만, 학교에서 더 머물고 싶은 학생들을 위해 늘봄 전담사, 외부 강사 등이 학생들을 돌봐주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삼영초에선 초 1∼2학년이 늘봄교실 참여 대상이다.

늘봄교실에서도 학생들은 독서, 자유놀이, 종이접기 활동, 중국어, 색칠 공부 등 매일 다양한 활동을 한다.

늘봄교실에서 만난 1학년 권도율 군은 "오늘은 그림 그리고 놀았고, 어제는 중국어로 '니하오' 인사도 배웠다"며 "학원은 쉬는 시간이 없지만 학교에는 쉬는 시간도 있고, 그림도 보고 책도 보고 화장실도 갈 수 있고 쉴 수도 놀 수도 있어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는 다양한 방과후학교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방과후학교에는 1학년에서 6학년까지 모두 참여할 수 있다.

방과후학교는 초1 맞춤형 프로그램이나 늘봄교실과 달리 수익자 부담 원칙으로 진행된다.

지난 15일 기준으로 49개 강좌를 운영 중인 이 학교에는 1천2명이 방과후학교에 참여하고 있다.

전교생이 597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학생 1명당 1.7개씩 듣고 있는 셈이다.

학생들은 바이올린, 방송댄스, 독서논술, 수학, 로봇과학, 배드민턴, 요리 등 다양한 프로그램 중 원하는 수업을 골라 듣는다.

5층 음악실에서 드럼 강좌에 참여 중이던 3학년 양시원 학생은 "드럼을 이번에 처음 배우기 시작했다"며 "학원에서 공부를 많이 하니 스트레스가 있었는데 스트레스가 많이 풀린다"고 말했다.
늘봄학교로 하교시간 늦춰진 초1들 "학원보다 좋아요"
◇ 2학기 전면시행 맞춰 '과대학교 공간 확보' 등은 숙제
늘봄학교를 비판하는 측은 학생들을 학교에 오래 잡아두는 것은 아동학대나 다름없다고 주장한다.

학교가 아니라 부모가 자녀를 직접 돌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취지다.

그러나 초등학교 정규수업 종료시간에 맞춰 퇴근해 자녀를 돌볼 수 있는 맞벌이 부부가 드문 현실에서 이 같은 비판이 공감대를 얻기는 쉽지 않다.

학생들이 늘봄학교로 하교 시간이 늦춰졌는데도, 싫어하는 기색이 없어 보이는 것 역시 학교가 아니라면 학원에 가야 하는 처지와 무관치 않기 때문으로 보였다.

삼영초에서 만난 학생들 대부분은 학교 후 학원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과 빡빡하게 이뤄지는 학원 스케줄이 부담된다고 토로했다.

늘봄학교에 대한 학부모들의 만족도도 상당한 편이다.

이 학교 3학년, 1학년에 다니는 둘을 비롯해 중학교 1학년, 5살 막내까지 자녀 4명을 키우는 다둥이 엄마 이주희 씨는 "1학년인 셋째가 입학 전에는 하교 후 학원을 2∼3개씩 다니도록 스케줄을 짜놨는데, 늘봄학교 프로그램에 참여해 학원은 1개만 남기고 다 취소했다"며 "학부모 입장에서 보내는 학원이 1∼2개 줄어든 것이라 너무 좋다"고 말했다.

이 학교 2학년에 다니는 자녀를 둔 학부모 안소향 씨는 "복직을 앞둔 상황에서 아이가 하교하면 혼자 있어야 하는 시간이 많아 걱정이었는데 지금은 마음이 놓인다"고 말했다.

다만 2학기 전면 시행을 앞두고 '숙제'는 남아 있다.

강은희 대구시교육감은 "전교생 800명 이상이 되는 과대학교에는 (늘봄학교를 위한) 공간 여유가 없는 것이 보편적 상황"이라며 "학교 안에서 (늘봄학교) 수요를 감당하기는 어렵지만 지방자치단체, 주변 여러 기관과 협력 방안을 모색해 공간 확보 방안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