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더글로리’의 처음과 끝을 관통하는 음식이 있다. 삼각김밥이다. 학교폭력 피해자 문동은(송혜교 분)은 심각한 영양실조임에도 늘 삼각김밥만 먹는다. 복수에 매진하기 위해 돈과 시간을 아끼기 위해서다. 삼각김밥은 마지막 회에 다시 등장한다. 대형 건설사 사장인 하도영(정성일 분)은 가해자 박연진(임지연 분)과 이혼 후 편의점에서 삼각김밥을 먹으며 문동은을 떠올린다. 문동은을 만나기 전에 한 번도 먹어본 적 없던 음식이었다.

편의점에서 1000~1500원이면 사 먹는 삼각김밥은 싸고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상징적인 음식이다. 더글로리에서처럼 많은 드라마나 영화에서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나오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렇다고 삼각김밥이 지금처럼 모두에게 사랑받았던 건 아니다. 편의점 업체들은 삼각김밥을 알리기 위해 TV 광고까지 동원했지만 오랜 시간 아는 사람만 아는 비주류 상품에 머물렀다. 삼각김밥의 인기는 IMF 금융위기 때 실직한 직장인들이 공원에서 먹기 시작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짜장면 800원하던 시절 삼각김밥 가격이 이정도였어? [서평]
삼각김밥은 의외로 편의점에서 가격이 가장 적게 오른 제품이기도 하다. 1990년대 삼각김밥의 가격은 700~800원이었다. 버스 요금이 성인 기준 100원, 짜장면 한 그릇이 800원 하던 시절이었다. 버스 요금이 15배 오르는 동안 2배도 채 오르지 않았다. 자동화 설비 도입으로 대량 생산이 가능해지고 편의점 업체 간 가격 경쟁이 붙은 덕이다.

2010년부터 편의점 회사의 홍보팀에서 일하고 있는 저자는 “MD(상품기획자)가 손품·발품 팔며 아이디어를 찾고 상품을 기획하면 상품연구소에서 그에 맞는 레시피를 개발하고 이후 내외부의 품평을 거친 뒤에야 출시 여부가 결정된다”며 “1000원짜리 삼각김밥 하나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데까지는 어림잡아 최소 100여명의 손길을 거치게 된다”고 말했다.

스테디셀러가 된 ‘1ℓ 생수’나 ‘거꾸로 수박바’는 편의점 MD가 기획해 탄생한 제품이다. 이는 MD의 업무가 단순 상품 발주에 그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한다. 소비자들 삶에 e커머스가 파고들고 대형마트와 백화점이 고전하는 상황에서 편의점만 잘 나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현직자가 말해주는 편의점의 뒷이야기에 책장이 술술 넘어간다.

송영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