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부모들은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지, 어디에 맡기고 싶어 하지 않아요. 문제는 한국인이 대부분 극심한 ‘시간 빈곤’에 시달린다는 것입니다.”

공무원으로 일하고 있는 37세 여성 이모씨는 28일 “내 손으로 아이를 키우고 싶어 하는 부모를 위해 유연근무나 재택근무를 활성화해줬으면 좋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씨처럼 자녀를 둔 직장인 사이에선 일과 가정이 양립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돼야 저출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는 목소리가 많다. 작년 11월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발표한 ‘저출산 인식조사’를 보면 저출산 대응에 가장 효과적인 정책으로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일·육아 병행제도 확대’를 꼽은 응답자(총 1200명 중 25.3%)가 가장 많았다. 하지만 정작 이런 분야에 투입하는 예산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작년 말 열린 재정운용 심포지엄 발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저출산 대응 예산 50조4000억원(그린스마트학교 사업 등 포함) 중 일·가정 양립에 쓰인 예산은 1조9000억원(3.7%)에 그쳤다. 육아휴직 급여, 육아휴직에 따른 중소기업 업무공백 지원 등에 투입한 금액이다.

정책 수요자가 원하는 곳에 예산 투입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홍석철 서울대 교수는 “최근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근무 등에 대한 수요가 높지만 정책 지원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컨트롤타워인 저출산고령위는 작년 3월 이후 지금까지 전체회의를 소집하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이 저출산을 해소할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한 뒤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허세민/강영연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