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출산율 성적표는 글로벌 주요 국가와 비교해도 낙제점이다.

28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와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여성 한 명이 가임 기간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 수)은 0.81명으로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이들 국가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58명으로 한국보다 0.77명 높았다. 합계출산율이 가장 높은 이스라엘(3명)과 비교하면 2명 넘게 차이 난다. 저출산이 심각한 일본의 합계출산율도 1.30명으로 한국보다 높았다. 미국(1.66명)과 프랑스(1.80명), 이탈리아(1.25명) 등 주요국 합계출산율 역시 1명대를 유지했다.

통계청이 이날 공개한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2021년보다 0.09명 낮아졌다. OECD 회원국의 지난해 출산율 통계는 아직 집계되지 않았지만 통계청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여전히 가장 낮았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출산연령이 높아지는 흐름이 저출산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첫째 아이를 낳은 여성의 평균 연령을 보면 OECD 30개국(2021년 평균 29.7세)은 30세를 넘지 않았는데 한국은 32.6세를 기록했다. OECD 30개국 여성 가운데 가장 늦게 엄마가 된 것이다. 출산율 1위인 이스라엘은 첫째 아이 출산 연령이 평균 27.8세로 조사됐다.

계봉오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는 “(결혼 적령기인) 1990년대생은 이전 세대보다 풍요로운 환경에서 자라 삶에 대한 기대 수준이 높다”며 “앞으로 성장 속도가 떨어져 이 같은 기대 수준을 충족할 수 없을 것으로 판단해 결혼과 출산을 미루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세민 기자 sem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