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서 스스로 부양하려면 주식 사야"…‘주식 올인'하라는 핑크 [대가들의 포트폴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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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가들의 포트폴리오
“가능하면 자산 100% 주식에 넣어라
10~20년 뒤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 “적절한 위험 성향을 가진 장기 투자자라면 자산의 최소 80%를 주식 또는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자산에 넣어야 한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다면, 100%를 투자하는 것도 좋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사진)은 지난해 말 미국 CNBC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주식 60%, 채권 40%’의 투자 원칙을 의식한 발언이다.
핑크 회장은 “여러 금융 자문사가 여전히 60:40 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들이 과거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류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더 오랜 기간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해 더 큰 위험을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20년 뒤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10~20년 후 우리 인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이런 관점에서 나는 주식을 원하며, 실물을 원한다. (이를 통해) 경제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이 중 26.94%가 정보기술(IT)주에 몰려 있다. 작년 4분기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폭으로 비중이 늘어난 상위 5개가 전부 IT 또는 인공지능(AI) 관련주다. 마이크로소프트(MS·0.32%포인트·1위), 브로드컴(0.24%포인트·2위), 아마존(0.19%포인트·3위), AMD(0.11%포인트·4위), 인텔(0.1%포인트·5위) 순으로 비중 상승 폭이 컸다. MS는 블랙록의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6%로 가장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애플(5.11%)이 1위였지만, 이번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 뒤를 아마존(2.43%), 엔비디아(2.25%), 알파벳 보통주A(1.55%), 메타(1.35%), 알파벳 보통주C(1.28%), 테슬라(1.19%) 등이 잇고 있다. 미 증시 랠리를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대형 빅테크)이 비중 상위 10개 종목에 모두 포함돼 있다.
핑크 회장은 특히 무역 긴장이 고조될수록 AI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분열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AI와 로봇공학의 발전에 따라 근거리 무선 통신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스위스의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ABB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전역의 사업가 약 70%가 니어쇼어링(본국과 가까운 지역으로 생산 시설 이전) 또는 리쇼어링(해외로 내보냈던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다시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 중 40%는 해당 계획의 일부로 자동화와 로봇공학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작년 3분기부터 셰브런 주식을 사들이면서 투자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블랙록은 최근 항공사, 정유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감축 노력을 강제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그룹 ‘기후행동100+’에서의 회원 자격을 하위 사업부인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한정하는 등 ESG 투자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블랙록은 기후행동100+가 피투자사에 더욱 강력한 기후 대응 이행을 요구하라는 쪽으로 행동 지침을 강화하자 “‘운용사는 고객의 장기적 수익만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한 미국 법과 상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록의 상위 매도 종목에는 화이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씨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포진했다. 씨젠은 보유하고 있던 1205만7145주를 한 번에 팔아치웠다. 비만약 개발에 성공해 주가가 상승 가도를 달린 일라이릴리도 매도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블랙록은 MS에 인수될 예정인 액티비전블리자드와 브로드컴에 인수된 VM웨어 주식도 전량 매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가능하면 자산 100% 주식에 넣어라
10~20년 뒤 주식이 채권보다 매력적” “적절한 위험 성향을 가진 장기 투자자라면 자산의 최소 80%를 주식 또는 부동산, 인프라 등 실물 자산에 넣어야 한다. 변동성을 감당할 수 있다면, 100%를 투자하는 것도 좋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사진)은 지난해 말 미국 CNBC 방송의 뉴스 프로그램 ‘스쿼크 온 더 스트리트’에 출연해 이같이 말했다. 자산운용 업계에서 일반적으로 통용되는 ‘주식 60%, 채권 40%’의 투자 원칙을 의식한 발언이다.
핑크 회장은 “여러 금융 자문사가 여전히 60:40 전략을 권고하고 있지만, 장기적 관점에선 주식을 더욱 매력적으로 만드는 요인들이 과거보다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의학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인류의 수명은 점점 길어지고 있으며, 투자자들은 더 오랜 기간 스스로를 부양할 수 있어야 한다”며 “나이가 들수록 채권보다는 주식에 투자해 더 큰 위험을 견뎌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10~20년 뒤를 내다볼 수 있어야 한다. 나는 10~20년 후 우리 인류가 지금보다 더 나은 위치에 있을 것이라 믿는다”며 “이런 관점에서 나는 주식을 원하며, 실물을 원한다. (이를 통해) 경제의 일부가 되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위 투자 종목에 ‘M7’ 줄 세워
블랙록의 포트폴리오를 보면 핑크 회장의 주식 낙관론이 엿보인다. 블랙록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지난 13일 제출한 주식 보유 현황 공시(13F)를 보면 블랙록은 지난해 4분기 동안 150개 주식을 팔고 220개 종목을 매도하는 등 활발한 주식 투자를 했다. 직전 분기까지 3조4800억달러였던 주식 평가액은 3조9200억달러(약 5223조원)로 늘어났다.이 중 26.94%가 정보기술(IT)주에 몰려 있다. 작년 4분기 블랙록의 포트폴리오에서 가장 큰 폭으로 비중이 늘어난 상위 5개가 전부 IT 또는 인공지능(AI) 관련주다. 마이크로소프트(MS·0.32%포인트·1위), 브로드컴(0.24%포인트·2위), 아마존(0.19%포인트·3위), AMD(0.11%포인트·4위), 인텔(0.1%포인트·5위) 순으로 비중 상승 폭이 컸다. MS는 블랙록의 주식 포트폴리오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16%로 가장 많은 종목이기도 하다. 이전까지는 애플(5.11%)이 1위였지만, 이번에 순위가 뒤바뀌었다. 그 뒤를 아마존(2.43%), 엔비디아(2.25%), 알파벳 보통주A(1.55%), 메타(1.35%), 알파벳 보통주C(1.28%), 테슬라(1.19%) 등이 잇고 있다. 미 증시 랠리를 이끈 이른바 ‘매그니피센트 7’(M7·대형 빅테크)이 비중 상위 10개 종목에 모두 포함돼 있다.
핑크 회장은 특히 무역 긴장이 고조될수록 AI 관련 기업들이 수혜를 입을 것으로 봤다. 그는 “지정학 리스크에 따른 공급망 분열이 가속화할 것”이라며 “AI와 로봇공학의 발전에 따라 근거리 무선 통신 분야에서 엄청난 기회가 생길 수 있다”고 언급했다.
실제로 스위스의 로봇 자동화 솔루션 기업 ABB 조사에 따르면 미국과 유럽 전역의 사업가 약 70%가 니어쇼어링(본국과 가까운 지역으로 생산 시설 이전) 또는 리쇼어링(해외로 내보냈던 생산 시설을 본국으로 다시 이전)을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으며, 이들 중 40%는 해당 계획의 일부로 자동화와 로봇공학 기술 도입을 검토 중이라고 답했다.
셰브런 또 사고 엑슨모빌도…ESG와 ‘이별’
작년 4분기 블랙록은 직전 분기까지 팔았던 엑슨모빌 주식을 500만6366주 되샀다. 셰브런 주식도 466만9859주 샀다. 두 종목은 블랙록이 같은 해 상반기까지 가장 많이 매도한 대상이었다. 전 세계적 탈탄소 흐름에 따라 석유 기업의 미래도 어두워질 거란 전망에서 내린 결정이었다. 2008년 2분기 블랙록의 주식 포트폴리오에서 무려 38.72%를 차지하던 에너지 업종은 현재 3.88%까지 그 비중이 쪼그라들었다.그러나 작년 3분기부터 셰브런 주식을 사들이면서 투자 흐름이 뒤바뀌기 시작했다. 블랙록은 최근 항공사, 정유사 등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을 상대로 감축 노력을 강제하기 위한 자산운용사 그룹 ‘기후행동100+’에서의 회원 자격을 하위 사업부인 인터내셔널 부문으로 한정하는 등 ESG 투자에서 발을 빼는 모양새다. 블랙록은 기후행동100+가 피투자사에 더욱 강력한 기후 대응 이행을 요구하라는 쪽으로 행동 지침을 강화하자 “‘운용사는 고객의 장기적 수익만을 고려해 행동해야 한다’고 규정한 미국 법과 상충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블랙록의 상위 매도 종목에는 화이자, 유나이티드헬스그룹, 씨젠 등 글로벌 제약사들이 포진했다. 씨젠은 보유하고 있던 1205만7145주를 한 번에 팔아치웠다. 비만약 개발에 성공해 주가가 상승 가도를 달린 일라이릴리도 매도 리스트에 포함돼 있어 차익 실현에 나선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또 블랙록은 MS에 인수될 예정인 액티비전블리자드와 브로드컴에 인수된 VM웨어 주식도 전량 매도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