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사자로 격상되자 조선대학교, 유가족에 명예 졸업증서 전달
"신군부 맞선 숭고한 희생"…고 정선엽 병장, 47년 만에 졸업
"민주화를 위해 신군부에 맞섰던 선배님의 숭고한 희생을 가슴 속에 아로새기겠습니다.

12·12 군사반란 당시 육군본부를 지키다 전사한 고(故) 정선엽 병장의 명예 졸업증서 수여식이 열린 16일 오전 광주 동구 조선대학교 서석홀.
앳된 얼굴로 검은색 정장을 갖춰 입은 한 학생이 47년 전 조선대 전자공학과에 입학했던 선배인 정 병장에게 보낼 편지를 담담히 읽었다.

수여식에 참여한 100여명의 학생을 대표해 무대 앞에 나온 안형준 총학생회장은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총기 오인 사고로 순직한 게 아니라 반란군에 맞서다가 전사했다는 사실이 밝혀져서 다행이다"고 말했다.

이어 "선배님의 뜻을 따라 후배들도 같은 길을 가겠다"며 "민주화에 대한 의지·용기를 잃지 않고 하늘에서 편히 쉬시길 기원한다"고 강조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도 황석순 조선대 사무처장이 대독한 기념사에서 "의로운 죽음을 국가가 은폐했다는 사법부 판단은 늦었지만 옳았다"며 "정 병장의 전사는 대한민국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기 위함이었다"고 추모했다.

학생대표의 편지 낭송과 기념사 대독이 이어지는 동안 영화 '서울의 봄'을 통해 정 병장을 알게 됐다는 일부 전자공학과 후배들은 훌쩍이며 눈시울을 붉혔다.

"신군부 맞선 숭고한 희생"…고 정선엽 병장, 47년 만에 졸업
정 병장의 사망 구분이 전사자로 변경되자 조선대가 마련한 이날 수여식에는 유가족·김이수 조선대 이사장·김춘성 총장·조선대 교직원·학생 등 150여명이 참석했다.

이들은 무장 반란에 저항하다가 사망한 정 병장의 명예 회복을 기념했고, 동시에 추모했다.

정 병장의 동생 정규상 씨는 "억울했던 형의 죽음에 대한 진실이 밝혀지게 돼 여한이 없다"며 "더 이상 이러한 일이 일어나지 않고 대한민국에 밝은 날만 있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정 병장은 12·12 군사반란이 일어난 직후인 13일 오전 국방부와 육군본부를 연결하는 지하 벙커에서 1공수여단 소속 반란군의 총탄에 숨졌다.

신체에서 4발의 총탄이 발견됐지만, 총기 오인으로 인한 사고였다고 국방부가 결론지으면서 '교육훈련 중 순직자'로 결정됐다.

하지만 군 사망 사고 진상규명위원회가 재심의를 요청했고, 2022년 전사자로 격상됐다.

유족은 뒤늦은 격상 조치를 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지난 6일 유족에게 8천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