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130%…무슨 일? [슬기로운 금융생활]
"10년만 맡기면 130% 돌려드립니다"



현재 보험업권에서 가장 '핫'한 상품이 있죠, 바로 단기납 종신보험입니다. 최근 가장 많이 판매되고 있는 단기납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5년이나 7년 단기간 보험료를 납입한 후 남은 기간 거치해 10년을 채우면 보험료를 돌려주는 상품인데, 이 환급률이 130%를 넘어섰습니다. 보험사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환급률이 높아지자, 금융감독원은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에 돌입하기로 했습니다. 환급률이 높아지면 소비자 입장에선 혜택일텐데, 금감원은 왜 현장점검에 나섰을까요?

◆ 130%에서 135%까지…높아지는 환급률



신한라이프는 단기납 종신보험 상품의 환급률을 최근 135%로 인상했습니다. 7년 동안 매월 보험료를 납입하면, 3년 거치 후 10년을 유지한 뒤 납입한 보험료 원금을 포함해 35%를 이자로 더 받을 수 있는 상품입니다. 23일 현재를 기준으로 NH농협생명의 단기납 종신보험 환급률은 133%, 푸본현대생명은 131.2%, 교보생명 131.1% 하나생명 130.8%, 한화생명은 130.5, ABL생명 131.0%로 대부분 130%를 넘어섭니다.

예를 들어 해지환급률 130%짜리 10년납 종신보험에 가입했다고 가정했을 때, 가입자가 매월 100만 원씩 7년간 보험료를 납부하면 총보험료는 8,400만 원인데, 이후 3년 동안 계약을 더 유지한 뒤 해지하면 돌려받는 돈이 납입한 보험료의 1.3배인 1억920만 원이 되는 겁니다. 복리로 이자를 주는 은행과 10년납 상품을 단순 비교할 수는 없지만, 사망보장도 되는 종신보험이 원금 손실 없이 이자를 붙여서 돈을 돌려받을 수 있다고 하니 가입자들 입장에서는 구미가 당길 수밖에 없습니다.

단기납 종신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들은 "해지환급율이 최소 130%는 넘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보고, 잇따라 환급률을 높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금융감독원이 최근 이 같은 현상을 보고, 보험사들을 대상으로 현장점검을 돌입한다고 밝힙니다. 사실상 단기납 종신보험 경쟁에 제동을 건 것입니다.

◆ 종신보험, 저축성보험 아닌 보장성보험



금감원이 현장점검을 나선 이유는 '불완전판매 우려' 때문입니다. 사실 보험사들이 종신보험 상품으로 '해지환급률 경쟁'을 벌인다는 것이 일반적이진 않습니다. 종신보험은 말 그대로 사망을 보장하는 보장성보험 상품이기 때문입니다.

금감원은 이 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마치 보장성보험을 저축성보험인 것처럼 설명하는 불완전판매가 상당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일정 기간 유지한 뒤 해지하면 원금의 30% 이상을 이자로 돌려준다고 설명하는 것은 소비자 입장에서 저축성 상품으로 오인할 여지가 충분하다는 설명입니다. 실제 이 상품을 판매할 때 '증여'나 '재테크'에 유용하다고 홍보하는 곳이 대다수였다는 게 금감원의 설명입니다.

실제 단기납 종신보험은 저축보험이 아닌 사망을 보장하는 종신보험이기 때문에 약속한 납입기한 내에 해약를 하면 원금 손실이 발생합니다. 130%라는 해지환급률은 7년 동안 보험료를 내고 3년간 거치했을 때 온전히 받을 수 있는 수치로, 7년을 모두 납입했다고 하더라도 3년간 거치하지 않고 해약하면 환급률은 100% 아래로 떨어집니다. 때문에 7년이라는 납입기간 내에 해약하면 원금의 절반도 못 찾아가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는 겁니다.

또한 금감원은 단기납 종신보험의 납입기간이 일반 종신보험에 비해 짧고 단기간에 높은 해지환급률에 도달할 수는 있지만, 동일한 보장내용의 종신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비싸다는 점도 소비자가 유의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아울러 종신보험은 기본적으로 위험보험료와 사업비 등이 공제되는 만큼 저축 목적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설명입니다.

◆ 보장성보험 많이 팔아야 보험사 유리

그렇다면 보험사들은 높은 이율의 저축성보험을 판매하지 않고 왜 보장성보험인 종신보험의 해지환급률을 높여 판매에 열을 올리는 걸까요. 원인은 지난해부터 국내 보험사에 적용된 새 국제회계기준(IFRS17)에 있습니다. IFRS17은 보험사의 부채를 원가가 아닌 시가로 평가하는 회계제도입니다.

쉽게 설명하면, 향후 원금과 이자를 100% 모두 돌려줘야 하는 저축성보험은 회계상 부채가 크게 잡히는 특성이 있습니다. 전부 계약자에게 돌아가는 돈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보장성 보험의 경우 저축상품과는 달리 원금이 보장되지 않고, 원칙적으로 사망 시에 보험금을 지급하는 상품이기 때문에 보험사의 지급여력을 계산할 때 회계상 저축성보험보다 유리하게 잡힙니다.

생명보험사 입장에서 가장 돈이 되는 보장성보험 상품은 종신보험입니다. 월보험료가 비싸고 납입기간이 길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경기 불황이 지속되고 저출생까지 가속화되면서, 최근 종신보험 가입률은 급격하게 떨어지고 있습니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했을 때 남아있는 가족들을 위해 가입하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그 필요성이 점점 줄고 있는 만큼 '환급률'이라는 달콤한 옵션을 더해 판매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겁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종신보험은 저축성보험이 아닌 만큼 '재테크용으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게 금감원의 판단입니다. 상품 가입 전 판매자의 설명을 충분히 듣고, 주요 내용 확인을 꼭 체크한 뒤 자신의 목적과 맞게 가입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너도나도 130%…무슨 일? [슬기로운 금융생활]
장슬기기자 jsk9831@wowtv.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