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 전국 확대 유보에 일부 제주 매장 이탈 조짐
제주도민·환경단체 "보증금제도 유지·확대해야"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제주도와 세종시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 사용을 줄이기 위한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시범 실시된 지 1년이 넘었다.

지난해 12월 2일 처음 시범 실시된 후 제주에서는 눈부신 성과를 냈지만 점차 각 매장의 동참 열기가 식어가고 있다.

환경부가 제도의 전국 확대를 유보하면서 제도 시행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기 때문이다.

제주도의 일회용컵 반환율은 12월 들어 67.8%로, 가장 높았던 11월 한 달 80.8%에서 13% 포인트나 하락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는 식음료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일회용컵에 음료를 받으려면 음료값 결제 시 컵 1개당 300원의 보증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고객들은 보증금제 시행 매장 등에 마련된 무인 회수기에 일회용컵을 반납하면 300원의 보증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애초 이 제도는 제주도·세종시에서 우선 시행한 이후 2025년에 전국적으로 시행하도록 계획돼 있었다.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 반환율 80%로 껑충…도민들도 환영
이 제도의 시범 시행에 따라 일회용컵 반납률이 높아져 자원 순환 효과가 발생했고 더불어 일회용컵 사용을 자제하면서 다회용 컵 활용도가 높아지기도 했다.

28일 제주도에 따르면 도내 커피 판매 매장 등의 일회용컵 월별 반환율은 시행 초기 10%대에서 올해 5∼6월 30%대, 7월 50%대, 8∼9월 60%대, 10월 78.4%, 11월 80.8%로 눈에 띄게 높아졌다.

지난달 일별 일회용컵 반환율이 90%를 기록하기도 했다.

월별 반환한 일회용컵은 지난해 12월 5만670개, 올해 1월 8만1천716개, 2월 9만5천844개, 3월 12만2천605개, 4월 13만9천380개, 5월 16만766개, 6월 39만8천400개, 7월 70만1천902개, 8월 81만4천680개, 9월 80만4천240개, 10월 71만9천994개, 11월 44만7천480개 등이다.

12월 들어서는 20일까지 20만640개가 반환됐다.

자연순환을 위한 이 제도의 취지를 살려 1년간 반환된 일회용컵은 총 473만8천317개나 된다.

유명 프랜차이즈 일회용컵 473만8천317개를 차곡차곡 끼워서 탑처럼 쌓았을 경우 총 높이가 47㎞ 이상으로 성층권 꼭대기 구간(50㎞)에 닿는 높이다.

제도 시행 초기 '관광객 등 유동 인구가 많은 제주에 일회용컵 보증금제가 정착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이 팽배했다.

일부 매장은 업장별 규모 차이를 고려하지 않았다면서 형평성 논란을 제기하며 참여를 거부하기도 했다.

하지만 제주도는 설득과 홍보 활동에 이어 지난 6월부터 보증금제 미참여 매장에 과태료를 부과하는 등 제도 시행에 강력한 의지를 보였다.

또 조례 개정을 통해 프랜차이즈 사업자(전국 100개 이상 매장 보유)에 한정된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의무 대상 사업장을 지역 브랜드 매장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 등까지 대폭 확대를 추진했다.

강력한 행정 의지와 환경보호라는 도민·관광객의 호응으로 일회용 컵 반환율을 크게 끌어올릴 수 있었다.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제주환경운동연합과 제주사회적경제네트워크 기후위기대응위원회, 한국환경회의, 녹색연합 등 4개 단체가 도민 등 567명을 대상을 지난달 말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이 제도에 대한 도민·관광객의 호응을 엿볼 수 있다.

설문 결과 제도 취지에 대해 '공감한다'가 82%, '공감하지 않는다' 11%, 보통 7% 등으로 응답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유지에 대해서는 응답자 85%가 찬성 입장을 보였고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은 9%에 불과했다.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 제도 '흔들…현장서 이탈 움직임
제도 정착이 점차 가시화되는 상황에서 환경부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전국 확대를 늦추고 지자체 자율에 맡기도록 방침을 선회했다.

환경부는 또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일회용 종이컵 사용 금지 조처도 철회했다.

식품접객업과 집단급식소에서 플라스틱 빨대와 젓는 막대 사용 금지, 종합소매업과 제과점에서 비닐봉지 사용 금지에 대한 계도기간도 무기한 연장해 일회용품 정책이 크게 후퇴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중앙정부가 뒤로 발을 빼자 제주 일부 매장들은 크게 술렁이고 있다.

이 제도에 반대하다 참여로 돌아섰던 매장에서는 '새로운 정책 시행 시까지 일회용컵 보증금제를 잠정적으로 중단한다'며 '사용하신 일회용컵을 분리수거해 버려달라'는 안내문을 내걸기도 했다.

일회용컵 보증금제 참여 매장이 대폭 확대됐다가 환경부의 입장 선회로 매장들 사이에 이탈 조짐이 일고 있는 것이다.

일부 매장에서는 "일회용컵 보증금제 실시를 위해 바코드 찍힌 종이를 컵에 일일이 붙이는 등 일거리가 더 많아지는 등 명확한 정부 로드맵이 없는 상황에서 언제까지 매장에서만 이런 부담들을 져야 하느냐"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김정도 제주환경운동연합 정책국장은 "일회용컵 반환율이 제주는 높았지만, 세종시는 40%대에 머물렀는데, 반환율 문제를 지자체 자율에 맡기면 해결될 수 있겠냐?"라며 "업체 입장에서도 이를 받아들이기 더욱 어려워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제주는 잘하고 세종은 못하니 지자체별 자율에 맡기자는 판단이 어떻게 나올 수 있는지 의문"이라며 "게다가 환경부가 있는 세종시에서 반환율이 낮게 나오는 것은 환경부가 제대로 역할을 못 했기 때문이라고 밖에는 설명할 길이 없다"고 비판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도 지난 9월 환경부의 제도 전국 확대 유보 움직임에 대해 "제주도와 세종시가 일회용컵 보증금제 시범 사업지로 선정된 이후 제주도민과 공직자, 점주들의 노력과 참여로 상당히 성공적으로 제도가 안착하고 있다"며 "보증금제 전국 확대 시행 유보에 분노하며 이에 반대한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카페와 패스트푸드점의 일회용컵 연평균 사용량은 2017∼2019년 7억8천484만개에서 2020∼2021년 9억9천556만9천여개로 늘어났다.

특히 작년 연평균 사용량은 10억2천389만1천여개로 10억개를 넘겼다.

"'공든 컵'이 무너진다" 일회용컵 473만개 회수했는데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