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통계인데 숫자가 다르다고? [집코노미 타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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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형진 기자
같은 통계인데 어디서 열람하느냐에 따라 숫자가 달라진다면 그 통계를 신뢰할 수 있을까요. 집값 통계 조작 충격이 가시지 않았지만 아파트 거래량 통계에서도 문제가 발견됐습니다. 한국부동산원과 서울시의 집계에 연간 8000건가량, 많게는 2만건까지 차이가 났다는 파이낸셜뉴스 기사를 소개합니다. 부동산을 거래하면 그 가격과 함께 거래 사실을 신고해야 합니다. 개별 단지들의 실거래신고는 국토교통부의 전산시스템(RTMS)으로 취합되고, 우리가 손쉽게 열람할 수 있는 실거래가공개시스템을 통해 공개됩니다.
이를 기반으로 특정 기간 동안 거래가 얼마나 일어났는지도 측정할 수 있는데요. 부동산원이 월마다 집계해 발표하는 국가통계인 아파트 매매거래량 통계가 대표적이죠. 서울시가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매일 속보치로 업데이트하는 거래량 또한 RTMS를 기반으로 합니다.
문제는 두 통계의 거래량이 큰 차이를 보였다는 건데요. 실거래신고가 의무화된 2006년부터 지난해까지 17년 동안의 거래량을 비교해봤더니 연평균 8000건의 격차를 보였습니다. 비교적 최근 연간인 2020년 또한 부동산원(9만3784건)과 서울시(8만981건)의 격차가 컸습니다.
부동산원과 서울시는 집계방식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선을 긋습니다. 서울시는 계약일을 기준으로 집계하지만 부동산원은 신고일을 기준으로 집계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제가 11월 30일 매매계약을 체결하고 해당 거래에 대한 실거래신고는 12월 31일 진행한다면 어떨까요. 똑같은 매매거래지만 서울시 집계에선 11월 거래량에 더해지고 부동산원의 집계에선 12월 거래량에 더해지는 것입니다. 과거엔 실거래신고 기한이 계약일로부터 60일 이내였습니다. 실제 거래와 최대 2개월의 시차가 발생할 수 있었던 거죠. 집계 방식이 다른 만큼 수치가 크게 달라질 수 있는 셈입니다. 현재는 이 기한이 30일로 줄어들었기 때문에 두 집계의 오차는 과거보단 감소했습니다.
그래도 차이가 큰 건 계약취소 물량을 처리하는 방식 때문입니다. 부동산원은 사후에 계약취소 신고가된 거래나 지연신고가 이뤄진 거래를 통계에 반영하고 있지만 서울시는 그렇지 않았던 것이죠. 정보 제공용 참고 수치일 뿐 공인통계로서의 기능은 없다는 게 서울시의 항변입니다.
하지만 부동산통계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이 같은 사실까지 고려하며 수치를 참고하고 있을까요. 하나의 사실을 두고 기관마다 방식이 달라 다른 숫자를 제공한다는 것부터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만들고 통계의 신뢰성을 의심케 하는 대목이죠. 매매가격지수나 입주물량 통계 또한 집계하는 기관마다 숫자가 제각각인데요. 사정이 이렇다 보니 언론사의 기사 등에선 상황에 따라 입맛에 맞는 통계를 인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조작 사태로 훼손된 한국의 부동산통계가 신뢰를 얻으려면 일관성 있고 투명한 기준 마련이 필요해 보입니다.
기획·진행 전형진 기자 withmold@hankyung.com
촬영 이예주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