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교통공사 총파업을 앞두고 MZ 노조가 ‘제3의 길’을 선언했다. 이번 노사 갈등의 책임이 기성 노조에 있다고 꼬집으면서도 공사의 구조조정 계획은 비판하고 있어서다.

올바른노조 관계자는 20일 “다음달 9일부터 예정된 서울교통공사노조 연합교섭단의 파업에 동참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올바른노조는 파업 기간에도 정상 근무하면서 독자 행동에 나서기로 했다.

올바른노조는 다음달 8일께부터 사흘간 파업 대신 피켓 시위와 대자보, 기자회견 등의 방식으로 양대 노총을 비판할 예정이다. 공사 재정 악화의 근본 원인이 서울교통공사노조(민주노총)와 서울교통공사통합노조(한국노총)가 주도해서 이뤄진 무기계약직의 일반직 전환에 있다는 점을 알릴 계획이다. 당시 1285명이 한꺼번에 일반직으로 전환되면서 공사 전체 인력과 인건비는 많이 늘어났다. 이들 중엔 목욕탕 관리인, 매점 주인, 구내식당 조리직원 등 업무 비필수 인원이 상당수 포함됐다. 올바른노조는 “파업을 주도하는 기성 노조가 이번 사태의 책임자”라는 입장이다.

올바른노조는 공사의 일방적 인력 감축 계획에는 반대하는 입장이다. “현장을 잘 모르고 내놓은 계획”이라는 지적이다. 공사가 제공한 자료에 따르면 현원 기준 일반직 직원은 2017년 1만5759명에서 지난해 1만6557명으로 5년간 798명(5.1%) 늘어났다. 표면적으론 조직이 비대해졌지만 일반직으로 전환된 비필수 인력을 고려하면 현장 인력은 사실상 줄었다는 게 올바른노조의 주장이다. 사무직도 같은 기간 4544명에서 4271명으로 감소했다. 하남선과 진접선 같은 신규 노선이 2020년과 2022년 각각 개통되면서 인력 부족은 더 심화했다.

현장에선 인력 감소의 부작용이 속속 터지고 있다. 서울지하철 2호선 강남역은 애초 역무원 5명이 배치됐지만, 지난해부터 4명으로 줄었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과 5호선 광화문역 천호역도 4명에서 3명으로 인원이 줄었다.

상주 인력이 감소하면서 폭력적인 행동을 보이는 취객 등을 상대하다가 승강장 설비가 고장 났는데도 대응하지 못하는 일이 다반사다. 공사 관계자는 “첫차나 막차 시간대 열차는 운행 구간이 짧다 보니 일부 역에선 지하철 보안관의 지원을 요청하더라도 도착하지 못하는 상황이 종종 벌어진다”고 토로했다.

지난해 9월 ‘신당역 살인사건’이 발생한 뒤 공사는 역 순찰 시 2인1조를 원칙으로 했지만, 현장에선 여전히 1인 순회가 흔하다. 올바른노조는 “일반직으로 전환된 직원들을 자회사로 소속을 변경해 인건비 부담을 낮추고, 현장에 필요한 인력을 더 보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광식 기자 bume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