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30일 여야 대표들과 회동해 법안·국민투표 초안 마련 희망
마크롱 "불법이민 줄이겠다…법안 통과 위해 국민투표도 고려"
프랑스 하원을 장악하지 못한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정부 정책의 원활한 입법을 위해 국민 투표를 시행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범여권이 하원 과반을 차지하지 못해 연금 개혁과 같은 국정 과제를 추진할 때마다 야당의 지지를 얻지 못하면 교착 상태에 빠지고 마는 국면을 타개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남부 브레강송 요새에서 3주간 여름휴가를 마치고 돌아온 마크롱 대통령은 23일(현지시간) 주간지 르푸앙과 인터뷰에서 다음 주 여야 대표들과 만나 이러한 논의를 하겠다고 밝혔다.

이 자리에는 여당 르네상스와 주로 협력해온 우파 공화당(LR)뿐만 아니라 마크롱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극좌 성향의 굴복하지않는프랑스(LFI), 극우 성향의 국민연합(RN)도 초대될 예정이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달 30일 모든 정당 대표와 함께 광범위한 주제에 관해 다수의 동의를 구할 수 있는 법안 초안, 또는 국민투표 초안 마련을 희망하고 있다고 일간 르몽드가 보도했다.

마크롱 대통령은 이 자리를 계기로 프랑스에 유용한 합의를 끌어낼 수 있다고 확신하면서 "국민투표는 항상 사용할 수 있는 옵션 중 하나이고 그것에 전적으로 의지할 의향이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러나 국민투표에 올릴 안건에 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마크롱 대통령은 여름 휴가철을 맞아 휴정했던 하원이 다시 문을 열면 먼저 다뤄야 할 법안 중 하나로 이민법 개정안을 꼽으며 "불법 이민부터 시작해 이민을 대폭 줄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프랑스가 이민에 압도당했다고 말하는 것은 틀렸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상황은 유지될 수 없다"며 올가을에 개정안 초안을 공개할 계획이며 다른 정당의 의견도 반영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법안 채택 혹은 헌법 개정을 위해 유권자에게 직접 의견을 묻는 국민투표는 프랑스에 1958년 제5공화국이 들어선 이래 총 9차례 있었고, 2005년 자크 시라크 당시 대통령을 끝으로 단 한 번도 없었다.

시라크 전 대통령은 유럽연합(EU) 차원의 헌법을 제정하는 조약을 걸고 국민투표를 시행했다가 반대 55%, 찬성 45%로 비교적 큰 표 차로 부결돼 정치적으로 작지 않은 내상을 입은 바 있다.

지난해 4월 재선에 성공한 마크롱 대통령은 여소야대 구조 속에서도 야당, 주로 공화당을 설득해 법안을 통과시켜왔지만, 올해 연금 개혁을 추진할 때는 공화당 설득에 실패했다.

결국 마크롱 대통령은 헌법 특별 조항을 사용해 사회보장기금법 형태로 제출한 연금 개혁법의 하원 표결을 생략하는 우회로를 택하면서 여당 내부에서도 빈축을 샀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