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경기도 평택시 고덕동에 위치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전경. 사진=삼성전자 제공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국제적 규제 움직임이 강화되면서 밸류체인 전반에 걸친 탈탄소화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애플, BMW, 마이크로소프트 등 RE100(재생에너지 100%)에 가입한 글로벌 기업은 이미 자사에 제품을 납품하는 협력사에도 재생에너지 사용을 납품 조건으로 요구하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10월부터 제품 생산과정에서 발생한 탄소배출량을 통상에 연계하는 탄소국경조정제도(CBAM)를 시행한다. 수출 위주 경제구조를 지닌 국내 기업엔 중대한 경영환경의 변화다.

하지만 많은 기업이 이러한 변화를 따라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RE100 추진에 필요한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경기도에도 전력 다소비 대기업과 협력 업체가 다수 분포되어 있다. 2023년 7월 기준 RE100에 가입한 국내 34개 기업 중 24곳의 본사 또는 사업장이 경기도에 있다. 경기도에 본사가 있는 곳은 SK하이닉스, KT, 네이버, 삼성전자, 삼성SDI, 삼성디스플레이, 삼성전기 등 7개 기업이다. 경기도 내 사업장을 둔 곳은 LG전자, LG에너지솔루션, SK텔레콤, 아모레퍼시픽 등 17개 기업이다.

2021년 기준 RE100에 참여한 전 세계 415개 기업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평균 49%에 달한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국내 기업의 비중은 2%로 매우 저조한 실정이다.

경기도의 재생에너지 생산 현황도 녹록지 않다. 2021년 기준 경기도 재생에너지 발전량은 3281GWh로 전체 전력 소비량 13만3445GWh의 2.5%에 지나지 않는다. 전국 평균인 6.9%보다 한참 낮은 수준이다. 전력 소비는 가장 많은데 재생에너지 비중은 국가 평균보다 낮은 것이다.

재생에너지로 원전 6기 대체 효과

경기도는 지난 4월 24일 ‘경기 RE100 선포식’에서 대내외적 기후 위기 극복과 국내 RE100 선언 기업 지원을 위해 ‘경기 RE100 4대 분야 13개 핵심과제’를 발표했다. 경기 RE100은 경기도에서 추진하는 재생에너지 확산과 에너지전환을 포괄하는 대표 정책이다.

경기도는 RE100 비전 선언을 통해 정부보다 앞선 대책을 구상하고 있다. 정부는 신재생에너지 발전 목표를 30%에서 21%로 낮춘 반면, 경기도는 30% 목표치를 제시한다. 원전 6기 대체 효과에 해당하는 9GW 규모의 신재생에너지 발전설비를 개발한다.

13개 전략과제 중 ‘산업단지 RE100’은 경기도가 산업단지 유휴 부지를 활용해 재생에너지 생산 기반을 구축하고, 경기도 소재 RE100 가입 기업과 협력 기업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산업단지를 시군별·권역별로 나눠 8개 투자 컨소시엄과 업무협약을 맺고 생산된 재생에너지는 단지 내 공장은 물론 RE100을 선언한 글로벌 기업 등 외부 기업에도 공급하는 민관 협력사업이다.

경기도는 지난 6월 산업단지 RE100 투자사를 모집했다. 산업단지 RE100의 성공 모델 구현을 위해 공개 모집을 통해 투자사의 수행 역량, 사업계획의 우수성, 입주 기업 지원 및 참여 방안, 사후 관리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해 사업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확보했다. 투자사는 자금 조달 방안, 입주 기업 지원 방안, 도내 글로벌 RE100 참여 대·중·소 기업 협력 및 지원 방안 등을 포함해 사업계획을 제안했다.

이번 산업단지 RE100은 민간 주도의 투자를 기반으로 하지만 부지 발굴, 주민 수용성, 인허가, 규제 같은 재생에너지 공급 제약 요인을 해소하고 지역 주도 재생에너지 개발을 통한 재생에너지 조달 비용 절감 및 대규모 재생에너지 물량 확보 등 기업의 RE100 이행 지원과 기업 경쟁력 확보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지난 4월 24일 경기도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한 ㈜마팔하이테코 공장에서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사진=경기도 제공
지난 4월 24일 경기도 시흥 시화국가산업단지에 자리한 ㈜마팔하이테코 공장에서 경기 RE100 비전 선포식이 열렸다. 사진=경기도 제공
8개 민간투자 컨소시엄과 투자 협약

경기도는 투자사 선정 후 지난 7월 17일 평택 포승 외국인 투자 기업 임대단지 입주 기업인 티센크루프머티리얼코리아에서 SK E&S, LS일렉트릭, 아이솔라에너지·엔라이튼, 한국동서발전, 에넬엑스코리아·한국중부발전, 신성이엔지, DL에너지·삼천리자산운용, 케이씨솔라앤에너지 등 8개 민간투자 컨소시엄 대표들과 산업단지 RE100 투자 협약을 체결했다.

경기도는 인허가 및 행정 절차 지원, 부지 발굴 홍보 지원, 시군별·산단별 순회 기업 간담회 개최, 기업 RE100 컨설팅, 기업 임원진 교육, 대중소 기업 상생 모델 발굴, 투자사·입주 기업 간 원스톱 지원, ESG 우수 중소기업 선정 지원 등을 수행한다. 공모로 선정된 투자사는 설비투자·관리를 통한 대규모 재생에너지 생산·공급 기반을 구축한다. RE100 기업은 산업단지에서 생산된 재생에너지 구입 역할 등을 담당한다. 입주 기업은 임대료 지급, 지붕 보수 및 무상 교체, 중소기업 에너지 효율화 사업 등을 지원받는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관리계획에 태양력발전업이 포함된 16개 시군 50개 산업단지를 대상으로 우선 사업을 추진할 계획이다. 50개 산단을 4개 권역으로 나눠 권역별로 선정된 2개 컨소시엄이 해당 지역에서 산단 RE100을 추진한다. 향후 26개 시군 193개 전체 산업단지로 확대한다. 과천·구리·하남·광주·양평은 산업단지가 없어 제외됐다.

이번 산업단지 RE100은 8개 투자 컨소시엄이 4조원 규모를 투자해 2026년까지 경기도 내 50개 산단에 태양광 2.8GW(원전 2기 생산 전력량)를 보급한다는 목표다. 50개 산단에 예정된 2.8GW의 태양광시설 설치가 완료되면 지붕이나 유휴 부지를 임대해준 산업단지 내 기업은 연간 총 1000억원의 임대수익을 얻을 것으로 예상된다.

경기도는 사업의 본격적 추진을 위해 경기환경에너지진흥원, 투자사, 시군, 한국산업단지공단과 함께 ‘경기 산단 RE100 추진단’을 구성해 민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 시군별 찾아가는 산업단지 설명회 및 간담회, 재생에너지 공급자와 재생에너지 수요자를 연결하는 네트워크 구축 등을 통해 안정적 수요 공급으로 RE100 기업을 지원할 계획이다.

경기도는 산업단지 RE100뿐 아니라 ‘경기도가 선도하는 공공기관 RE100’, ‘수출 장벽을 넘어서는 기업 RE100’, ‘기회소득을 창출하는 도민 RE100’, ‘산업과 에너지의 융합 미래 모델인 산업 RE100’ 등 4대 분야 13개 핵심과제를 속도감 있게 추진해 오늘의 기후 위기를 내일의 성장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해나갈 것이다.

이윤표 경기도 에너지산업과 RE100지원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