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 아트'의 박선우 작가, 이번엔 시멘트로 옷을 짓다
버려진 시멘트로 만든 ‘돌 자켓’

시멘트로 부드러운 옷을 만들 수 있을까. 버려진 시멘트가 패션 아이템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박선우 작가가 지난 26일부터 서울 마포아트센터 갤러리 맥에서 선보이는 개인전 ‘스톤 컬렉션’을 통해서다.

전시에서는 현대 사회에서 빠르게 소비되고 또 바로 버려지는 시멘트로 만든 옷과 가방들이 전시된다. 작가는 전시를 통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의 필요성을 강조하고자 이러한 재활용 아이디어를 기획했다.

박선우는 미국 매릴랜드 미술대학에서 회화를 전공했다. 졸업 이후 그는 패션에 큰 관심을 가지고 시카고 예술대학서 패션학도의 길을 걸었다. 현재는 뉴욕에 있는 패션회사 민트쇼룸의 비주얼 아티스트로 활동을 펼치고 있는 ‘패션 전문가’다.

그는 폐품, 잡동사니 등 버려지는 쓰레기를 재활용하는 ‘정크 아트’를 옷과 접목하는 작업을 계속해오며 패션계의 조명을 받았다. 그는 이번 전시에서도 문고리, 전선, 콘센트 등 도시 안에서 쉽게 쓰이고 버려지는 사물들을 소재로 활용했다. 이 과정을 통해 자연이 파괴될 정도로 버려지는 생활용품에 대한 경각심을 환기시킨다.
'쓰레기 아트'의 박선우 작가, 이번엔 시멘트로 옷을 짓다
시멘트, 버려진 문고리, 콘센트를 조합해 만든 ‘돌 가방’

현대 사회에서 옷이란 개인의 개성을 표현하는 가장 중요한 수단 중 하나가 됐다. 하지만 전시를 보다 보면 관객은 마치 옷이 쓸모없는 사물 같다는 느낌을 받게 된다. 박선우는 시멘트로 옷을 만드는 과정을 통해 부드럽고 유연해야 할 옷감을 딱딱하고 불편하게 느껴지게 만들었다.

이번 전시에서는 박 작가의 아버지인 박병혁 사진작가의 작품도 같이 전시된다. 박병혁은 국내 산업사진의 대가로, 세계 곳곳의 산업 현장을 누빈 작가다. 198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 한국 산업의 생생한 현장 사진들을 딸의 작품과 함께 선보인다. 대량생산, 대량 소비라는 현대사회의 속성을 부각하고자 기획했다. 전시 관람료는 무료다. 전시는 7월 31일까지.

최지희 기자 mymasak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