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최근 여의도와 목동 등에서 진행하는 재건축 사업에서 신탁방식을 선택하거나 검토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조합을 통한 재건축 사업에서 비리나 비용 문제 등으로 잡음이 커지자 전문성과 투명성을 갖춘 부동산 신탁회사에 맡기자는 이유에 선데요,

부동산부 양현주 기자와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양 기자, 일단 신탁 방식 재건축 좀 생소한데, 조합이랑 어떻게 다른 겁니까?

<기자>

신탁 재건축이란 한마디로 전문성을 갖춘 부동산 신탁사를 통해 정비사업을 추진하는 방식입니다.

가장 흔하게 진행되는 조합 방식처럼 주민들이 모여 직접 사업을 진행하는 형태가 아니라 신탁사에 사업을 맡기는 거죠.

대신 신탁사에 일정 수준의 수수료를 지급합니다.

신탁방식 정비사업은 크게 두 가지인데요.

조합 없이 신탁사를 시행사로 선정해 시공사 선정 등을 맡기는 '신탁시행' 방식과 조합은 설립해 놓고 신탁사에 자금 관리 업무 등만 맡기는 '신탁대행' 방식으로 나뉩니다.

최근 여의도와 목동을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는 방식은 '신탁시행' 방식에 해당합니다.

<앵커>

주민을 대신해 신탁회사가 재건축 사업을 진행한다는 건데, 구체적으로 어떤 장점이 있는 걸까요?

<기자>

조합 형식은 소유주가 직접 조합을 설립하고 인허가를 진행하다 보니 아무래도 전문성이 떨어집니다.

둔촌주공 사태 기억하시죠. 공사비 증액을 좋고 조합과 시공사업단이 대립해 공사가 장기간 중단된 사건인데요. 분담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죠.

시공사 선정, 공사비 검증 등에서 전문성이 부족한 조합 대신 건설사, 금융사 출신 인력으로 구성된 신탁사가 나서면 각 협상 단계에서 보다 유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여기에 신탁 방식은 조합을 설립하지 않기 때문에 거쳐야 할 단계가 많이 줄어듭니다. 때문에 진행 속도가 빠르고 조합 임원들의 비리를 사전에 차단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지난 2016년에 관련 법이 개정되면서 신탁사들이 정비사업 시행사로 뛰어들기 시작했는데, 빠르게 수주 금액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최근 재건축 바람이 가장 뜨거운 여의도와 목동을 중심으로 신탁 방식 논의가 활발한데요.

여의도의 경우 재건축 추진 중인 16개 단지 중 7개 단지에서 신탁 방식 정비 사업 추진 중이기도 합니다.

실제 오늘 한국토지신탁이 여의도 삼익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의 예비사업시행자로 선정되기도 했죠.

목동의 경우도 목동 14단지가 KB부동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목동 9단지도 한국자산신탁과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습니다.

<앵커>

신탁 방식 재건축 성공 사례가 있을까요?

<기자>

성수동 장미아파트 재건축 정비사업이 대표적입니다.

지난 2019년 KB부동산신탁이 사업시행자로 지정된 이후 3년여 만에 관리처분계획 인가고시를 받아 현재는 이주를 완료한 상태입니다.

일반적으로 정비구역 지정 후 관리처분계획인가까지 평균 5.7년이 걸리는데, 이를 약 3년까지 줄인 거죠.

문제는 이런 성공사례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아직까지 신탁 방식 재건축은 전체의 4% 수준에 불과한 데다, 대단지 재건축의 경우는 더더욱 사례가 적죠.

앞선 성공사례가 많지 않은데 수수료는 분양대금의 1~4% 수준으로 떼어가니 소유주 입장에선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앵커>

그래도 조합 방식일 경우 내부적인 갈등도 많고, 앞서 설명한 것처럼 추진위 단계가 빠지니 속도는 확실히 빠르지 않습니까?

재건축의 경우 시간이 돈이다 보니 중요한 요소가 아닐까 싶은데요.

<기자>

재건축 추진위원회 과정이 필요가 없으니 해당 기간 속도가 빠를 수는 있습니다.

다만, 몇 가지 전제 조건이 선행돼야 하는데요.



신탁방식은 시행자 지정을 위해 토지 소유자 75%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또한 토지 면적 3분의 1 이상을 신탁해야 합니다.

이 과정이 길어지게 되면 속도에 대한 장점이 희석될 수 있는 거죠.

무엇보다 신탁 방식 재건축 과정에서 주민들의 의견이 배제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됩니다.

조합 방식의 경우 대의원회를 통해 주민 의견을 수렴한 후 총회를 열어 주요 의사과정을 진행하지만,

신탁 방식은 주민의견을 수렴하는 중간 장치가 없습니다. 관리처분계획, 시공사 선정 등 주요 의결만 거치는 형식이죠.

이러다 보니 시행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전횡이 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주민들로 구성된 정비 사업위원회가 감시자 역할을 맡고 있으나 법적으로 결정 권한이 있는 건 아닙니다.

그런데 신탁을 해지하기 위해선 주민 100% 동의가 필요하다 보니, 한 번 신탁 방식을 선택하면 제재 수단이 없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신탁사는 누가 감시하는가'라는 의문이 남는 거죠.

<앵커>

그렇다면 신탁 계약을 맺을 때 어떤 것들을 주의하면 좋을까요?

<기자>

전문가들은 신탁사의 과오나 과실로 인해 사업 지연되거나 피해가 발생했을 때 신탁사를 해지할 수 있거나 손해배상 청구할 수 있는 조항을 강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합니다.

또한 토지 소유자들이 신탁사에 정보공개를 청구하는 과정이 원활해질 필요도 있습니다.

안정적인 자금력과 전문성을 갖춘 신탁, 주민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조합 방식 중 득과 실을 잘 파악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양현주기자 hjyang@wowtv.co.kr
여의도·목동에서 뜨겁다는데…신탁 재건축 A to Z