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민간 아파트에 단열 성능과 신재생에너지 활용도를 높이는 ‘제로에너지 건축’이 의무화된다. 지난해부터 시행한 층간소음 규제와 전기차 충전시설 강화에 제로에너지 정책이 가세하면서 공사비가 최대 30% 증가할 전망이다.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으로 공사비가 급등한 가운데 제로에너지 시공 부담까지 맞물리면서 3.3㎡당 ‘공사비 1000만원 시대’가 머지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로에너지'가 부른 공사비 폭등
4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30가구 이상 민간 아파트에 제로에너지 건축을 의무화한다. 사업계획 승인을 새로 신청하는 모든 민간 아파트가 적용 대상이다. 건물의 단열 성능을 높이고, 태양광·지열·풍력 등 신재생에너지를 자체 생산해 제로에너지 5등급(에너지 자립률 20~40%)을 달성하는 게 핵심이다. 정부가 2021년 말 ‘2050 국토교통 탄소중립 로드맵’을 세워 2050년까지 탄소중립 달성을 선언한 데 따른 조치다.

업계는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는 재개발·재건축 현장에서 건설비의 추가 상승이 불가피하다고 우려하고 있다. 대한건축학회에 따르면 제로에너지 건축물은 5등급 충족 기준으로 공사비가 기존에 비해 26~35% 뛸 것으로 추산된다. 지난해부터 전기차 충전시설 설치 대상을 아파트 500가구 이상에서 100가구 이상으로 확대한 데다 올 들어 층간소음의 주야간 소음 기준을 4dB(데시벨)씩 강화한 것도 부담이다.

김영덕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탄소중립은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정부가 단계별 목표치를 너무 공격적으로 수립했다”며 “건설사가 관련 비용을 분양가에 전가할 수밖에 없어 급격한 분양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인혁/김은정 기자 twopeo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