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포스트코로나, 재택근무의 명암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업체인 아마존과 워싱턴DC 근교 알링턴시가 티격태격하고 있다. 아마존이 제2 본사 입지로 알링턴을 선정한 2018년만 해도 상상도 못 할 일이었다. 올 3월 아마존이 제2 본사의 2단계 착공을 미루면서 모든 게 틀어졌다. 사무 공간 수요가 줄어든 아마존은 공사 속도 조절이 필요했다. 반면 이미 아마존에 보조금을 쏟아부은 알링턴시는 다급해졌다. 아마존은 “그래도 제2 본사 1단계 입주는 다음달 시작할 것”이라고 달랬지만 알링턴시의 불만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원격근무가 갈등 원인

무엇보다 알링턴시는 아마존의 재택근무가 맘에 들지 않았다. 세금을 모아 아마존에 보조금을 주는 최대 목적은 주변 상권을 살리는 것이다. 그러려면 아마존 직원들이 사무실에 나와 근교 식당 등을 이용해야 한다. 또 다른 지역에서 아마존을 찾는 출장자들도 알링턴 내 호텔에 묵는 게 좋다. 그 과정에서 알링턴시는 호텔과 아마존 본사 건물 등에서 더 많은 세금을 걷게 된다. 그 돈을 아마존 주변의 교통 개선에 재투자할 생각이었다.

이런 선순환은 재택근무 확산으로 틀어졌다. 알링턴시는 아마존 재택근무자를 사무실로 끌어내기 위해 꾀를 냈다. 아마존이 창출하는 신규 일자리 수에 따라 주는 보조금을 재택근무와 연동한 것이다. 시는 알링턴이 속한 버지니아주가 아니라 다른 지역에서 원격근무하는 직원은 보조금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아마존은 불만을 터트렸다. 직원들을 사무실로 출근시키고 싶어도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다.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재택근무에 익숙해진 직원들은 사무실 복귀를 꺼리고 있다. 가뜩이나 인력 공급이 부족한 현재 미국 노동시장에서 회사 목소리를 높이기도 힘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미국 기업의 58%가 재택근무를 허용하고 있다. 재택근무자는 주당 평균 2.5일만 사무실에 출근하고 있다. 이런 상황 탓에 아마존은 결국 알링턴시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다.

뉴욕도 사무실 복귀 지원

뉴욕시도 재택근무와의 사투를 벌이고 있다. 이른바 ‘사무 공간 개선 프로젝트’다. 사무실을 집보다 쾌적하게 하면 직원들의 출근이 늘어나지 않겠냐는 판단에서다. 구체적으로 구식 건물을 리모델링하는 건물주에게 세금 인센티브를 제공하기로 했다. 뉴욕과 알링턴 같은 큰 도시들이 재택근무와의 전쟁을 벌이는 건 상황이 심상치 않아서다. 지난해 상승하던 미국 기업들의 사무실 복귀율이 다시 낮아지고 있다. 기업 업무 환경을 모니터링하는 스쿠프테크놀로지에 따르면 직원들이 풀타임으로 사무실에 출근하는 기업 비율은 3개월 전 49%였으나 이달 들어 42%로 감소했다.

사무실 복귀가 더뎌지면서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상업용 건물을 중심으로 부동산 가치가 떨어져 건물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건물에서 나오는 재산세 수입이 줄어든 지방 정부도 불만이다. 주변 상권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WFH리서치는 뉴욕 기준으로 재택근무하는 직원이 한 명 늘어날 때마다 연간 4600달러(약 620만원)의 매출 손실이 발생한다고 추산했다.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지만 재택근무를 막을 수 있을까. 대세를 거스를 수 없다는 점을 잘 알기에 재택근무 피해자들의 속만 타들어 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