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식품 연구소에서 레스토랑 간편식(RMR)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GS리테일 직원들이 서울 역삼동 GS타워에 있는 식품 연구소에서 레스토랑 간편식(RMR) 조리법을 개발하고 있다. /GS리테일 제공
‘셰프 IP(지식재산권)’ 관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유명 맛집의 레시피(조리법)와 브랜드를 한 묶음으로 한 IP만 집중적으로 수집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 유통업체도 셰프 IP를 확보하는 데 혈안이다. ‘혼밥족’ 증가에 따라 가정간편식(HMR) 시장은 3조원 규모에 육박할 정도로 급팽창하고 있다. 투자업계에선 셰프 IP 거래가 점차 활발해지면 음원처럼 ‘조각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레시피도 사고파는 시대

'셰프 IP'를 아시나요…'조리법 로열티' 받는 맛집들
셰프 IP 시장의 성장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본 사람은 47년 전통의 서울 강남 유명 갈비집인 ‘삼원가든’의 오너 2세 박영식 캐비아 대표다. 박 대표는 아버지와 함께 삼원가든을 경영하면서 삼원가든이라는 브랜드와 주요 메뉴의 조리법을 ‘전국구’로 만들기 위해 고심했다. 보통의 선례대로라면 선택지는 가맹점 사업뿐이었다.

하지만 박 대표는 남들과 다른 길을 택했다. 2020년 5월 일종의 셰프 IP 거래소인 미식 플랫폼 캐비아를 창업했다. 14일 기준으로 캐비아는 삼원가든을 비롯해 미쉐린 2스타 레스토랑인 ‘권숙수’, ‘정식당’ 등 158개 셰프 IP를 확보했다. 이를 바탕으로 ‘능라도 평양냉면’ 등 95가지 외식 메뉴를 레스토랑 간편식(RMR)으로 만들었다.

국내 밀키트 1위 업체인 프레시지도 대표적인 셰프 IP ‘헌터(사냥꾼)’다. 개업한 지 30년이 넘는 노포(老鋪)를 찾아 간편식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 낙지볶음으로 유명한 경기 화성시 ‘이화횟집’의 대표 메뉴 등을 간편식으로 내놨다.

○가맹점 사업의 대안으로 부상

셰프 IP 시장이 급성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소비 방식 변화다. 편의점 GS25를 운영하는 GS리테일 관계자는 “고급 음식점에 직접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맛집 수준의 간편식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며 “간편식을 만드는 제조 기술이 발달하면서 신제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고 말했다.

GS25가 올 1월 말 선보인 ‘몽탄 돼지온반’과 ‘몽탄 양파고기 볶음밥’은 두 달 새 30만 개 넘게 팔리며 단숨에 ‘냉장 밥’ 부문 판매량 1위에 올랐다. GS리테일은 작년 말 몽탄과 셰프 IP 사용에 관한 계약을 맺었다.

외식업계에선 HMR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셰프 IP를 확보하려는 유통·외식 기업 간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HMR 시장은 2조8800억원 규모로, 코로나19 사태 발생 전인 2019년(2조619억원)보다 40%가량 성장했다. 내년에는 3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맛집들도 셰프 IP를 활용한 RMR 시장 성장을 반기고 있다. 유명 맛집들은 그동안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늘려나가는 형태를 주로 이용했지만, 최근엔 셰프 IP를 바탕으로 영역을 확대하는 곳이 많아지고 있다. 매장 수를 늘리는 대신 브랜드 파워를 키우는 데 집중하는 것이다. 음식을 콘텐츠처럼 유행시킨 뒤 조리법에 대한 로열티를 받고 간편식을 출시하는 등 상표권을 기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식이다.

하헌형/박종관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