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열화우라늄탄을 보낸다고 하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대응하겠다고 경고했다. 푸틴 대통령은 “핵무기를 쓰면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며 발끈했다. 미국도 러시아를 전방위로 압박하고 있다.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맞댄 폴란드에 첫 번째 영구 주둔지를 설치했다. 국제사회의 고강도 경제 제재가 장기화하면서 러시아의 중국에 대한 경제·외교적 의존도가 높아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푸틴 “핵 포함 무기 쓴다”며 발끈

21일(현지시간) 가디언 등 외신에 따르면 애너벨 골디 영국 국방부 장관은 전날 의회에 제출한 답변에서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보내는 챌린저2 전차의 탄약 중 일부는 열화우라늄탄”이라고 밝혔다.

열화우라늄은 우라늄에서 핵무기나 핵연료에 쓰일 핵분열물질을 추출한 후 남은 물질로 납보다 밀도가 높다. 이 물질을 탄두로 쓴 열화우라늄탄은 관통력이 뛰어나 전차와 탱크를 공격하는 데 효과적이다. 그러나 인체와 환경에 유해한 물질이라는 비판도 있다.

푸틴 대통령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 후 발언에서 이에 대해 “서방이 핵 부품을 장착한 무기를 사용한다면 러시아도 상응하는 대응을 할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구체적인 대응 방식은 밝히지 않았다.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장관도 “러시아와 서방의 ‘핵 충돌’이 머지않았다”고 말했다.

영국은 러시아가 악의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고 있다고 맞대응했다. 영국 국방부는 “열화우라늄은 핵무기와 관계가 없으며 러시아를 포함한 전 세계 군이 사용하는 표준 부품”이라며 “러시아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유엔 군축연구소도 열화우라늄탄을 핵무기로 간주하지 않는다.

○미군, 폴란드 영구 주둔

미군은 이날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동부 최전선에 있는 폴란드에 영구 주둔지를 열었다. 서유럽이 아닌 유럽 국가 중 처음이다. 우크라이나와 인접한 폴란드를 통해 러시아를 견제하려는 움직임으로 해석된다. 우크라이나 이웃국인 폴란드는 전쟁 후 서방이 무기 등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는 통로가 돼왔다. 워싱턴포스트는 “과거 공산국가였던 이 나라에 현재 1만여 명의 미군이 주둔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 국방부는 올가을까지 우크라이나에 에이브럼스 전차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지난 1월 에이브럼스 전차 31대를 지원하겠다고 약속할 당시 미 정부는 전차가 전쟁에 투입되는 데 1~2년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지원 시기가 1년 이상 앞당겨진 것은 미국이 에이브럼스 전차를 디젤 엔진으로 개조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우크라군의 구소련제 전차와 독일산 레오파르트2 전차는 디젤 엔진을 사용하지만 에이브럼스 전차는 제트유를 쓰는 가스 터빈 엔진을 사용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우크라이나와 4년간 156억달러(약 20조4064억원) 규모의 대출 협정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출은 IMF 집행위원회 승인 후 확정된다. IMF가 전쟁 중인 나라에 돈을 빌려주는 것은 77년 역사상 처음이라고 블룸버그는 보도했다.

시 주석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공동성명을 발표하고 우크라이나 전쟁 종식을 촉구했다. 그러나 서방은 구체적인 내용이 없어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BBC는 “우크라이나는 러시아가 자국 영토에서 철수한 뒤 평화회담을 하겠다는 입장”이라며 “러시아가 이에 응할 것이라는 징후는 없다”고 분석했다.

노유정 기자 yjr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