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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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초만 해도 뜨거웠던 세계 채권시장이 최근 들어 냉각되고 있다. 인플레이션이 꺾이지 않으면서 미국 중앙은행(Fed) 등이 연내 기준금리 인하로 돌아설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채권 가격이 하락(금리 상승)했기 때문이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주요 채권지수가 지난달 사상 최고치를 찍는 등 채권시장이 랠리했지만, 이제는 소강상태에 빠져들었다”고 2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주요국 국채와 회사채 가격을 반영하는 블룸버그채권지수는 지난달 4% 넘게 상승하며 사상 최고치(매년 1월 기준)를 찍었다. 미 Fed가 곧 피벗(정책 기조 전환)을 택해 올해 하반기엔 기준금리를 낮출 거란 시장의 기대가 반영됐다. 하지만 미국의 1월 실업률이 54년 만에 최저치인 3.4%를 기록한 데 이어, 1월 미 근원 개인소비지출(PCE) 물가지수까지 전년 같은 달보다 4.7% 오르며 시장 추정치를 웃돌자 연내 피벗 기대가 사그라들었다. 이에 투자자들이 채권시장에서 발을 빼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징마켓포트폴리오리서치(EPFR)에 따르면 세계 투기등급 회사채(정크본드) 펀드에 지난달엔 39억달러가 순유입됐지만, 이달 들어서는 70억달러가 빠져나갔다. 마이크 스탠턴 영국 런던대 경영대학원 박사 등은 최근 크레디트스위스 보고서에서 “세계 채권시장은 지난해 이미 40년 만에 황금기의 종말을 맞았다”며 “채권의 호황기는 다시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 국채 금리는 급등(채권값 하락)했다. 지난주 10년 만기 미 국채 금리는 연초보다 0.13%포인트 이상 오른 연 3.96%까지 치솟았다.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 만기 국채 금리도 0.10%포인트 오른 연 4.78%까지 뛰어 2007년 이후 최고치를 찍었다.

김리안 기자 kn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