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 의무화를 앞두고 회계업계가 관련 인력을 대폭 늘리는 등 발 빠르게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선 ESG 관련 준비가 가장 빠른 곳은 ‘정부도 기업도 아닌 회계업계’라는 말이 나올 정도다. 회계업계가 ESG 공시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ESG 공시의무화 큰장 선다"…회계업계 분주

ESG 인력 급증

12일 회계업계에 따르면 국내 대형 4대 회계법인은 ESG 관련 인력을 3년 전에 비해 두세 배 수준으로 늘리고 있다.

삼일PwC와 삼정KPMG는 각각 ‘ESG플랫폼’ ‘ESG비즈니스그룹’이라는 이름의 ESG팀을 사내에 운영 중이다. 삼일PwC는 ESG플랫폼 소속 전담인원만 60명에 달한다. 다른 팀 소속이지만 ESG팀에도 소속된 겸임 인력을 포함하면 100명이 넘는다. 3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삼정KPMG는 ESG비즈니스그룹 소속 전담인력만 70명이다. 겸임 인력까지 합한 총 인원은 3년 전의 세 배 수준인 150명에 달한다.

딜로이트안진의 ‘ESG센터’, EY한영의 ‘ESG 임팩트허브’도 인력을 대폭 늘리는 중이다. 딜로이트안진의 ESG센터는 전담인력 80명, 겸임 포함 130명으로 조직이 커졌다. EY한영의 ESG임팩트 허브는 전담인력이 50명에 달한다. EY한영은 특정 담당자들이 ESG 분야까지 겸직하도록 발령을 내지 않고 프로젝트에 따라 유연하게 운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SG 공시 증가 대비

4대 법인 가운데 ESG팀에서 수익을 내는 곳은 많지 않다. 회사 전체로 보면 ‘돈이 되는’ 부서가 아닌데 투자만 계속 늘리는 것이다.

이유는 분명하다. ‘미래 먹거리’라는 점이 뚜렷하기 때문이다. ESG 공시 의무화를 기점으로 관련 회계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적인 관측이다. ESG 공시가 의무화되면 기업들은 ESG 공시의 형식이 적절한지 따지는 것부터 공시 내용이 충실한지, 서로 다른 공시 간 정합성이 확보돼 있는지 등을 모두 회계법인에 의뢰해 판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공시 후에는 감사 담당자가 제대로 공시가 이뤄졌는지도 판단한다.

한 대형 회계법인 관계자는 “ESG 경영 관련 컨설팅, ESG 관련 비즈니스 전략 수립 등의 업무도 있지만, ESG 공시 관련 업무가 향후 ESG팀의 가장 큰 역할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ESG 공시 도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올 하반기 한국 기업에 적용할 구체적인 ESG 공시 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2025년에는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시장 상장사, 2030년에는 전체 코스피 상장사에 적용할 전망이다. “지나치게 속도가 빠르다”는 기업들의 불만도 적지 않지만 국제사회와 금융당국, 대통령실 등의 의지가 강하다.

유럽 국제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ISSB)를 본뜬 지속가능성기준위원회(KSSB)도 지난달 출범했다. ESG 공시 관련 기준을 논의하는 기관이다. 김소영 금융위 부위원장이 현판식에 참석하는 등 금융위가 적극적으로 힘을 실어주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 역시 ESG 공시 관련 감독체계를 정비하겠다며 도입을 기정사실화했다.

성상훈 기자 up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