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건설노조' 덕에 안전해졌다는 노조의 아전인수
“건설노조 때문에 현장이 안전해지고 질서도 잡히지 않았습니까.”

지난 11일 열린 ‘건설노동자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의 수장 양경수 위원장은 “건설노조를 불법으로 매도하는 건 현장을 과거로 돌리자는 것”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노조의 정화 노력 덕분에 무법천지였던 건설 현장이 깨끗해졌다는 것이다.

다른 민주노총 간부는 건설노조를 ‘피해자’라고 정의했다. 장옥기 건설산업연맹 위원장은 “건설노조는 헌법에 보장된 노동 3권(단체 결성과 교섭, 파업)을 지키며 노조 활동을 하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가 노조의 정당한 권리를 경찰을 동원해 탄압하고 있다”고 했다.

이들의 말은 과연 사실일까. 건설 현장의 목소리는 반대다. 건설노조가 노동자의 권익을 위해 싸우기보다는 자신들의 돈벌이를 위해 불법을 일삼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경기 광명의 한 아파트 현장 공무부장의 얘기다. 건설노조는 작년 2월 수십 명의 노조원을 대동하고 시공사 사무실로 와 망치로 TV와 책상 등 집기를 부쉈다. 노조원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단순한 이유였다. 1000만원가량의 피해를 봤지만 나 홀로 사무실을 지키고 있던 시공사 직원은 아무 저항도 못하고 지켜만 봤다. 뒤늦게 온 경찰 역시 노사가 알아서 잘 처리하라고 한 뒤 떠났다.

노조원을 고용해달라며 공사장을 막아버리는 일은 흔하다. 경남 창원의 한 현장에선 노조원 고용을 협박하며 레미콘 타설을 중지시켰다. 한 달 이상 공사가 중단돼 하도급업체 직원의 월급이 지급되지 않았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12일 이 현장을 찾아 “일감 요구와 공사 현장 점거를 통해 건설회사를 굴복시키는 ‘구태(舊態)’를 중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노조원을 채용해도 태업이 일상이다. 일을 일부러 늦게 해서 계약 기간 1년을 넘겨 ‘퇴직금 벌이’를 하는 식이다.

서울의 한 재개발 현장에선 ‘노사 분쟁 조율’ 업무를 한다며 하루 한두 시간만 일하고 월마다 600만원을 타가기도 한다. 경찰 관계자는 “명백한 갈취 행위”라고 했다.

민주노총은 이날 결의문을 통해 “더 나은 노동 조건과 안전한 건설 현장을 위해 투쟁할 것”이라고 했다. 다른 사람의 눈물을 애써 외면한 이기적 투쟁이 안전한 현장을 만들지 못한다는 사실을 그들만 모르는 듯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