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거장 캐머런의 '덕업일치'
미국 뉴욕대 로스쿨 출신 변호사 네이선 사와야는 다니던 로펌에 돌연 사표를 던졌다. 자신이 그토록 좋아하는 레고 만들기에 전념하기 위해서다. 그는 덴마크 레고 본사가 유일하게 인정하는 브릭 아티스트가 됐다. 그의 전시회는 CNN이 선정한 10대 버킷 리스트 전시 중 하나다. “처음으로 후회할 짓을 한 그 순간이 살면서 가장 후회하지 않는 순간이다.”

순회공연을 다닐 때마다 악기 가방에 직접 볶은 커피 원두를 가지고 다닐 정도로 커피 마니아인 제임스 프리먼은 프리랜서 클라리넷 연주자를 그만두고 커피를 일로 삼았다. 20초 간격으로 시간을 달리하며 커피를 볶으면서 최적의 로스팅 포인트를 찾았다. 그런 노력 덕에 출시 20년 만에 스타벅스의 경쟁자로 성장했다. ‘커피업계의 애플’ 블루보틀 이야기다.

자신의 취미를 직업으로 삼아 성공한 ‘덕업(業)일치’의 사례들이다. 덕업은 일본어 오타쿠를 한국어 발음처럼 바꾼 ‘오덕후’의 줄임말 ‘덕’과 ‘직업’의 합성어다. 보험설계사를 하면서도 무기 연구에 천착해 세계 최고 군사 소설가가 된 ‘밀덕후(밀리터리 덕후)’의 상징 톰 클랜시 등도 같은 반열이다.

<아바타: 물의 길>로 세계 영화계를 다시 흥분시키고 있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도 덕업일치의 산증인이다. 10대 시절부터 그의 꿈은 해양생물학자였다. 친구들과 함께 소형 잠수함 모형을 만들면서 놀았다.

영화감독이 돼서도 <어비스> <타이타닉> 등 바다 배경의 영화를 많이 만들었고, 내셔널지오그래픽 전속 해양탐험가로 지구에서 수심이 가장 깊은 북태평양 마리아나 해구 탐사 과정을 다큐멘터리 영화로도 찍었다. 7년을 들여 직접 설계한 1인 잠수정을 타고 세계 최초로 수심 11㎞의 ‘챌린저 딥’에서 홀로 3시간 이상 머물렀다. 이런 심해에 대한 열정과 이해가 아바타2의 혁신적 수중세계 비주얼을 낳았다.

서울대 응용화학부 출신인 김준구 네이버웹툰 대표는 9000권 가까운 만화책을 소장하고 있다. 그는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은 롱런을 위한 ‘지속적 동기유발’이 된다고 했다. 공자도 “아는 자는 좋아하는 자만 못하고 좋아하는 자는 즐기는 자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