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세계 5대 수출 강국을 기원하며
어제는 59회 ‘무역의 날’이었다. 무역의 균형 발전과 무역입국의 의지를 다지기 위해 제정된 이날은 본래 1964년 11월 30일 수출 1억달러 달성을 기념한 ‘수출의 날’이 기원이다. 그 후 무역의 날로 명칭이 변경된 데 이어, 우리나라가 세계에서 아홉 번째로 무역 규모 1조달러를 달성한 2011년 이듬해부터 매년 12월 5일로 날짜를 변경해 기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작년 우리나라 무역액은 1조2596억달러로 사상 최대를 달성하며 세계 무역 규모 순위 8위로 한 단계 올라섰다. 대표 수출 품목인 반도체와 자동차는 물론 바이오헬스 및 2차전지 등 신산업 분야까지 수출액과 무역액 모두가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 8개월째 이어진 무역수지 적자 상태와 국내외 주요 기관이 내년도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1%대로 하향 발표한 최근의 경제 상황 등을 고려하면 그동안 이뤄낸 성과에 잠시도 안주할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지속되는 글로벌 경기 침체, 유럽 경제의 암울한 현실 및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상황으로 인한 총체적 불확실성 등 실로 엄혹한 다중 위기의 위협 앞에 선 지금이야말로 3년째 겪는 코로나 팬데믹 재앙보다 더 혹독한 현실에 단단히 대비해야 하는 때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주지하다시피 지속적인 고금리 기조에 하루하루 힘겹게 버티는 기업과 가계가 속출, 급증하는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그 목적이 어디에 있건 전국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산업·운송 현장에서의 과도한 힘겨루기(showdown) 양상으로 인해 우리 경제와 국민의 삶이 혹여 벼랑 끝으로 내몰리지 않을까 심히 우려스럽다.

아울러, 많은 국가로부터 선망의 대상이 돼 온 우리나라의 대단한 업적들이 작금의 여러 위기와 혼란 상황의 중첩으로 인해 임계점을 넘어 한순간에 무너져내리는 창황한 상황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두려움도 앞선다.

무역에 의존하는 국가는 모름지기 다양한 대내외 이슈와 위기에 대한 전략적이고 유연한 대처는 물론 글로벌 경쟁력과 국내 산업 경쟁력까지 함께 갖추고 있어야 유지 발전할 수 있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이런 견지에서 지금은 그 어느 때보다 모든 경제주체가 위기극복을 위해 협력하고 지혜를 모으는 것이 절실한 시기임을 강조한다. 특히 대한민국의 대표 중추기관 중 하나이자 국가적 업적의 유지·계승·발전에 대한 사명이 크다 할 입법기관인 국회에, 여야나 이념을 막론하고 현 위기 상황에 적극적으로 대처해줄 것을 감히 주문한다.

국제통화기금(IMF)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숱한 경제적 역경을 극복한 우리 특유의 역동성을 바탕으로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으로 도약한 데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유엔무역개발회의(UNCTAD)에서 선진국그룹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이와 같은 경험과 저력을 토대로 우리 정부가 ‘2026년 세계 5대 수출강국 도약’이라는 원대한 목표 달성을 위해 매진하겠다는 마당에, 필자 역시 50년 무역업 종사자로서 더욱 적극적으로 노력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