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詩)는 친절하지 않다. 모든 걸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래서 한눈에 이해할 수 있는 시는 많지 않다. 어렵다고 좋은 시가 아니라면서도, 다들 그렇게 쓴다.

최근 첫 시집 <살바도르 달리 표 상상력 공작소>(한국문연)를 펴낸 김홍조 시인의 시는 그렇지 않다. 일상의 언어로, 일상의 풍경으로 울림을 준다.

한국경제신문 편집위원으로 일하던 2009년 55세의 나이로 등단한 그는 이 시집에 47편을 담았다. 그의 시에는 우리의 일상이 있다. 행간에 숨은 낡은 골목을 거닐면, 옛노래가 들려온다. ‘우리 곁의 성자’가 그런 시다. 서울 중림동 골목을 배경으로 시인은 도로변에서 야채 파는 할머니, 서울역에 앉아 고개를 떨군 노숙자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영정사진 들머리에서 끄덕끄덕 졸다가/정오의 성당 종소리에 화들짝/오메, 내 정신 좀 봐. 그거? 오백 원에 가져가/백 원 깎아줘요. 사백 원!/옜다! 못 이기는 척 거스름돈 건네는/우리들의 넉넉한 빈자 해거름 되자/거둔 좌판 십자가처럼 끌고 좁은 골목 오른다”(‘우리 곁의 성자’ 中)

언젠가 김선주 평론가는 김홍조의 시에 대해 “한 편의 짧은 소설을 보고 있는 느낌”이라고 풀었다. 그는 “사설적인 말투, 언어의 꼬리에 현대인의 슬픔이 내재돼 있다”고 했다.

시집 추천사를 쓴 김경호 시인의 말처럼, 그의 시는 정겹지만 쓸쓸하다. 살아온 시대의 아픔을 읽어내며 그 서정을 씨줄과 날줄로 엮어 새로운 지평을 펼쳐낸다.

임근호 기자 eig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