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  /사진=삼성화재
서울 서초동에 있는 삼성화재 본사. /사진=삼성화재
삼성화재와의 단체교섭권을 두고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노조와 삼성화재노조간 벌어진 법적공방이 대법원까지 간 끝에 평사원협의회노조의 승리로 끝났다. 대법원은 과반수 노조가 단체교섭권을 갖는 것이 타당하다고 판단했다. 삼성화재노조 측이 평사원협의회노조와 관련해 제기한 ‘어용 노조 의혹’ 등은 법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재판장 노태악 대법관)는 삼성화재와 평사원협의회노조간 단체교섭을 중지해달란 가처분을 취소한 데 대해 삼성화재노조가 제기한 재항고를 최근 기각했다. 재항고 비용은 모두 삼성화재노조 측이 부담하도록 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는 재판에 영향을 미친 헌법·법률·명령 또는 규칙을 위반한 잘못을 찾아볼 수 없다”고 밝혔다.

이번 소송은 평사원협의회노조의 단체교섭권을 삼성화재노조가 인정하지 않으면서 비롯됐다. 평사원협의회노조는 1987년부터 삼성화재 사우회로 운영돼 오던 ‘평사원협의회’를 모태로 출범했다. 삼성그룹의 무노조 원칙에 따라 노동조합 지위는 얻지 못했지만 사측과 단체협약과 비슷한 성격인 ‘근로조건에 관한 협약’을 맺는 등 장기간 노조에 가까운 역할을 해왔다. 그러다 지난해 3월 서울지방노동청으로부터 설립신고증을 받아 정식 노조가 됐다. 그 후 빠르게 세를 불려 현재 조합원 3000여 명이 활동하는 과반수 노조가 됐다.

삼성화재노조는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어용 노조”라며 삼성화재와 평사원협의회간 단체교섭을 중단해달라고 요구하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이 노조는 삼성전자의 비노조 경영방침을 실현하는 방안이 담긴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의 ‘S그룹 노사문건’을 어용 노조 의혹의 근거로 내세웠다. 이 문건에는 “삼성그룹은 삼성화재 평사원협의회를 유사시 친사노조로 전환할 수 있도록 육성한다”는 내용이 담겨있다. 평사원협의회노조가 평사원협의회 시절부터 삼성화재로부터 운영비를 받아왔다는 점과 노조 설립이나 규약 개정 과정에서 확실하게 총회 결의절차를 밟지 않은 점도 문제 삼았다. 1심 재판부는 삼성화재노조 측의 이러한 주장을 받아들여 가처분 신청을 인용했다.

하지만 판결은 2심에서 뒤집혔다. 항고심을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평사원협의회노조는 노동조합법에 따라 새롭게 설립된 노동조합이며 S그룹 문건의 경우엔 평사원협의회노조 설립 9년 전의 것”이라며 “평사원협의회노조는 사측의 개입으로 세워졌거나 평사원협의회가 어용 노조로 전환한 것으로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또한 “3000여명에 달하는 평사원협의회노조 조합원들이 자신들의 이익에 반하는 노조에 가입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도 강조했다. 대법원 역시 이 같은 논리를 그대로 받아들였다.

평사원협의회노조가 오랜 진통 끝에 단체교섭권을 가진 노조로 인정받았지만 한동안 삼성화재 내부에선 ‘노-노 갈등’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화재노조는 지난 5월 삼성화재가 평사원협의회노조와 임금협약을 체결한 데 대해서도 강하게 반발하는 등 평사원협의회노조와 긴장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김진성/최한종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