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포리자 원전에선 사찰 진행…"안전보장 등 실무 절차 진척 없어"
우크라 포로수용소 조사는 언제쯤…적십자 사무소 피격 소식만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서 포격 피해가 발생한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에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와 유엔이 벌이기로 한 진상 조사 활동이 좀처럼 성사되지 않고 있다.

이 사건보다 다소 발생 시일이 늦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에 대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사찰 활동이 우여곡절 끝에 진행되고 있지만 5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온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 문제는 풀릴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5일(현지시간) ICRC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에서 발생한 포격 사건을 파악하기 위해 ICRC가 현장 접근을 요청했지만 한 달 넘도록 러시아로부터 안전 보장 등 필요한 조치에 관한 연락을 받지 못하고 있다.

이 사건은 러시아가 사실상 장악한 우크라이나 동부 지역인 올레니우카의 포로수용소에서 지난달 29일 발생한 포격 피해를 지칭한다.

당시 포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쟁포로 53명이 숨지고 130명 이상이 부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는 포격의 주체를 상대방이라고 주장하면서 맞섰고, 양측 모두 유엔과 적십자가 이 사건의 실체를 조사해 달라는 입장을 보여왔다.

그러나 현장 조사에 필요한 실무 절차에는 진척이 없는 상태다.

유엔은 ICRC가 현지 조사에 나서면 지원을 할 방침이다.

결국 수용소를 방문하고 포로들을 만나 피해 현황을 살피면서 구호 활동을 벌이는 업무는 ICRC가 주도적으로 수행해야 할 일로 여겨진다.

ICRC는 사건 직후 수용소에 있던 우크라이나군 포로들의 가족들로부터 편지와 사연 등을 접수하며 현장 조사를 준비해왔다.

로버트 마르디니 ICRC 사무총장은 지난 1일 우크라이나 키이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포로에게 접근하게 해 달라는 우리의 요구는 시급하며 협상할 수 없는 것"이라며 현장 접근권 허용을 촉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ICRC의 현장 사무소 건물이 지난달 말 교전 중에 포격을 당하는 일마저 발생했다.

마르디니 사무총장은 "우크라이나 동부 슬로비안스크에 있는 적십자 사무소 건물이 포격을 받아 심각한 손상이 생겼다"면서 "완전히 용납할 수 없는 일"이라고 전했다.

그는 "우리는 개전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와 공동 프로그램을 진행하면서 부상자 등 30만명에게 금전 지원을 했고 70만명 이상의 사람들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는 사업도 벌였다"면서 "포로에 접근하기 위한 노력도 계속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올레니우카 포로수용소 포격 사건이 발생한 지 일주일이 흐른 지난달 5일부터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원전에도 포격이 잇따랐다.

원전 안전성에 대한 국제사회의 우려가 고조된 상황에서 IAEA는 전문가로 구성된 사찰단을 파견해 지난 2일부터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