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푸틴과 통화 "자포리자 원전 문제 중재할 수 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에서 중재자를 자처해 온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이번에는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문제를 중재하겠다고 나섰다.

3일(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이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의 전화 통화에서 "튀르키예는 자포리자 원전을 둘러싼 대치 상황을 중재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튀르키예 대통령실은 "에르도안 대통령은 곡물 협상에서 그랬던 것처럼 자포리자 원전에서도 튀르키예가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푸틴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소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 2월 24일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계기로 국제사회의 중심인물로 부상했다.

그는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수출하면서도 서방의 러시아 제재엔 동참하지 않는 등 '줄타기' 외교를 바탕으로 우크라이나·러시아 모두와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왔다.

그는 이러한 양측과 신뢰 관계를 바탕으로 러시아의 흑해 봉쇄로 발이 묶였던 우크라이나산 곡물 수출길을 여는 데 큰 역할을 하며 존재감을 과시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지난달 우크라이나 서부 르비우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을 만난 뒤 자포리자 원전 문제와 관련해 1986년 체르노빌 사태를 반복하고 싶지 않다며 우려를 나타낸 바 있다.

자포리자 원전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교전 속에 잇따른 포격 사태로 방사성 물질 유출에 대한 우려가 고조된 곳이다.

사찰단을 이끌고 자포리자 원전에 다녀온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은 전날 "자포리자 원전 일대가 포격을 받은 사실을 사찰단이 기록했으며 원전 주변에서 포탄을 맞은 건물의 구멍과 흔적 등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모두 원전 포격 책임을 서로에게 떠넘기는 등 양측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상황에서 에르도안 대통령이 다시 한번 중재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