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공사비 더 줄테니 지어달라"…재건축 급한 조합들, 건설사에 '읍소'
-
기사 스크랩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공사비 3.3㎡당 900만원대
올해 주택착공 28% 급감
건설사들, 치솟는 원자재가격에
"공사비 안 맞아 수주하면 손해"
허가받고도 멈춘 공사장 수두룩
시공사 모시기 나선 조합들
사업성 좋은 강남까지 시공 꺼려
개포한신 입찰에 건설사 1곳뿐
성남 신흥·수진 1구역은 참여 0곳
올해 주택착공 28% 급감
건설사들, 치솟는 원자재가격에
"공사비 안 맞아 수주하면 손해"
허가받고도 멈춘 공사장 수두룩
시공사 모시기 나선 조합들
사업성 좋은 강남까지 시공 꺼려
개포한신 입찰에 건설사 1곳뿐
성남 신흥·수진 1구역은 참여 0곳
부산 최대 재개발 사업으로 꼽히는 해운대구 ‘우동 3구역’은 올 들어 여섯 차례나 시공사 선정 입찰을 벌였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1~3차 입찰 땐 참여한 건설사가 단 한 곳도 없었고, 4~6차 입찰에는 현대건설만 단독으로 응찰하면서 ‘복수 응찰’ 요건을 충족하지 못해 유찰됐다. 한 대형 건설사 정비사업담당 임원은 “건설 자재값이 폭등했는데 조합 측이 제시한 공사비엔 이런 상황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상당수 건설사가 ‘수주했다가는 손해만 볼 수 있다’며 입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건설 자재값 급등 여파로 전국의 굵직한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를 못 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이 늘었는데, 조합 측이 제시하는 공사 단가가 낮아 건설사들이 일감을 마다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올 들어 전국적으로 주택 착공 건수도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우려한 일부 조합은 당초 계획보다 공사비를 대폭 높여 ‘시공사 모시기’에 나서는 등 갑을 관계가 뒤바뀐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13곳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578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아남’ 소규모 재건축 사업과 강남구 ‘선경3차’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800만원이 넘는다. 강북에서도 종로구 ‘사직 2구역’ 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가 770만원으로 책정되는 등 공사비가 눈에 띄게 불어나는 추세다.
이미 시공 계약을 맺은 현장에서도 공사비 때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 등으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전 ‘용두동 2구역’ 등도 공사비를 확정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착공이 늦어지면 각종 이자 비용 등이 증가해 건설사와 조합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엔 공사비를 처음부터 높게 책정해 건설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 2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70만원으로 책정했다. 인근 ‘한남 3구역’ 공사비(598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규제 현실화를 통해 공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해야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
건설 자재값 급등 여파로 전국의 굵직한 정비사업지에서 시공사를 못 구하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아파트를 짓는 데 드는 비용이 늘었는데, 조합 측이 제시하는 공사 단가가 낮아 건설사들이 일감을 마다하는 분위기다. 이로 인해 올 들어 전국적으로 주택 착공 건수도 예년보다 눈에 띄게 줄고 있다. 사업 지연으로 비용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질 것을 우려한 일부 조합은 당초 계획보다 공사비를 대폭 높여 ‘시공사 모시기’에 나서는 등 갑을 관계가 뒤바뀐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치솟는 공사비에 대형 재건축도 ‘삐걱’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 들어 7월까지 전국 주택 착공 물량은 22만3082가구로, 작년 같은 기간(31만937가구)보다 28.3% 급감했다. 착공 건수가 대폭 감소한 것과 달리 이 기간 아파트 건축 인허가 건수(23만7354가구)는 1년 전보다 14.8% 늘었다. 아파트를 지으려고 건축 허가를 받아 놓고도 공사에 들어가지 못한 사업장이 그만큼 많다는 의미다. 건설업계에서는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 등으로 공사비는 급격히 늘어난 데 비해 분양가 규제로 분양가를 제대로 올리지 못하면서 착공이 밀리거나 중단되는 사례가 늘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건설 자재값 개념인 ‘건설용 재료 물가지수’는 지난달 146.47로, 작년 초(108.62)보다 34.8% 뛰었다. 하지만 분양가 산정 기준이 되는 ‘기본형 건축비’는 같은 기간 10.6% 오르는 데 그쳤다. 서울의 주요 재건축·재개발 조합들은 “공사비가 인상된 만큼 분양가를 올려야 수지가 맞는데, 분양가 상한제 규제 때문에 공사비 상승분을 제대로 반영할 수 없다”고 불만을 호소하고 있다.현장에서 체감하는 공사비도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 주거환경연구원에 따르면 작년 서울 재건축·재개발 아파트 13곳의 평균 공사비는 3.3㎡당 578만5000원이었다. 하지만 올해 시공사를 선정한 서초구 ‘아남’ 소규모 재건축 사업과 강남구 ‘선경3차’ 가로주택정비사업 공사비는 3.3㎡당 800만원이 넘는다. 강북에서도 종로구 ‘사직 2구역’ 재개발 사업의 3.3㎡당 공사비가 770만원으로 책정되는 등 공사비가 눈에 띄게 불어나는 추세다.
○공사비 부담·시장 침체에 착공 급감
공사비는 급증하는데 분양가는 묶여 있다 보니 인기 있는 강남 재건축 공사도 건설사들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재건축 시공사 선정 입찰을 한 강남구 도곡동 ‘개포한신’은 조합 측이 3.3㎡당 600만원 넘는 공사비를 제시했는데도 참여 의사를 밝힌 곳은 한 곳밖에 없었다. 지난 4월 경기 성남시의 대표적 재개발 사업인 ‘신흥 1구역’과 ‘수진 1구역’은 공사비가 예상보다 낮게 책정되자 단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았다.이미 시공 계약을 맺은 현장에서도 공사비 때문에 갈등을 빚는 사례가 많다. 국내 최대 재건축 아파트인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은 시공사와 조합 간 공사비 증액 갈등 등으로 4월부터 공사가 중단된 상태다. 대전 ‘용두동 2구역’ 등도 공사비를 확정하지 못해 사업이 지연되고 있다.
착공이 늦어지면 각종 이자 비용 등이 증가해 건설사와 조합 모두 손해를 볼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최근엔 공사비를 처음부터 높게 책정해 건설사에 ‘러브콜’을 보내는 사업장도 나오고 있다. 서울 용산구 ‘한남 2구역’ 재개발 조합은 공사비를 3.3㎡당 770만원으로 책정했다. 인근 ‘한남 3구역’ 공사비(598만원)보다 200만원 가까이 높은 금액이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분양가 규제 현실화를 통해 공사비 인상분을 분양가에 제대로 반영할 수 있게 해야 민간 재건축·재개발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헌형 기자 hh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