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수출국기구(OPEC) 사무총장이 러시아의 OPEC+ 회원 자격 유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OPEC+는 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의 협의체다.

하이탐 알가이스 신임 OPEC 사무총장은 지난달 31일(현지시간) 쿠웨이트 언론 알라이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가 OPEC+의 회원 자격을 유지하는 건 원유 생산량 합의에 필수 요소”라고 말했다. 또 “OPEC은 세계 에너지 공급에서 영향력이 큰 러시아와 경쟁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뒤 서방의 제재를 받고 있는 러시아를 OPEC이 고립시키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동안 일각에서는 OPEC이 러시아를 산유량 합의에서 배제할 수 있다는 예측을 해 왔다.

알가이스 사무총장은 국제 유가가 상승하는 원인으로 투자 부족을 꼽았다. 그는 “우크라이나전쟁 이전부터 국제 유가는 점진적으로 상승해 왔다”며 “시추와 탐사, 생산 부문에서 투자가 부족해 유가가 고공 행진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가가 올랐다는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OPEC+는 3일 회의를 열어 원유 생산량을 결정한다. 미국 등 서방은 이번 회의에서 증산 합의가 성사되길 고대하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15일부터 이틀 동안 OPEC의 맹주인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증산을 요청하기도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당시 걸프협력이사회(GCC)에서 “사우디를 비롯해 OPEC+가 적극적으로 증산해 국제 유가를 낮춰주길 기대한다”고 말했지만 확답을 받지는 못했다. 이번 OPEC+ 회의에서 증산 결정이 나올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중론이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