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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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때 '청약 광풍'이 일던 영종도가 심상치 않다. 세 달 새 전셋값이 1억원 이상씩 떨어지고 있는데다 시세를 한참 밑도는 급매물이 쌓이고 있다. 단기간에 공급 물량이 쏟아지는 상황에서 대기업과 쇼핑·문화시설 등이 충분하지 않아 실거주보다 세주기를 원하는 집주인들이 많은 영향으로 분석되고 있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영종도가 있는 인천 중구의 지난달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달에 비해 0.25% 떨어졌다. 올 들어서만 1.14% 하락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올 들어 인천 내 전셋값 하락 폭은 송도국제신도시가 있는 연수구(-4.65%)가 제일 크다"면서도 "연수구의 경우 절대적인 전셋값 수준이 다른 지역에 비해 40% 가량 높게 형성돼 있어 전셋값 수준을 감안했을 땐 인천 중구의 전셋값 하락 폭이 큰 편"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인천 중구 운남동에 있는 e편한세상영종하늘도시의 경우 가장 인기 있는 면적인 전용 84㎡ 전세 계약이 올 6월 2억2500만원에 체결됐다. 올 3월만 해도 3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불과 3개월 만에 1억2500만원(35.71%)이 떨어졌다. 운남동에 있는 영종센트럴푸르지오자이(전용 64㎡ 기준)도 올 6월 2억2000만원에 전세 계약이 체결됐다. 지난해 말만 해도 3억1000만원에 거래된 전세 매물이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영종도 역시 대출 규제와 본격적인 금리 인상 여파로 아파트 매매 가격이 떨어지는 추세지만 전셋값 하락 폭은 더 가파르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영종도 공인중개사무소들은 외지인이 많은 지역 특성과 과도한 공급 물량이 맞물린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운남동에 있는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가격이 매매 가격의 절반 수준에 형성돼 있는데, 인천국제공항을 빼면 직장이나 인프라가 충분하지 않아 실거주하려는 집 주인이 많지 않기 때문"이라며 "지금도 빨리 세놓고 싶으면 더 값을 내리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부동산 빅데이터 업체 아실에 따르면 올해 인천 중구 지역의 아파트 공급 물량은 4037가구다. 아실이 분석한 적정한 공급 물량은 735가구인데, 5.49배 많이 쏟아지는 셈이다. 이렇다 보니 인천 중구 중산동에 있는 e편한세상영종국제도시오션하임(전용 84㎡ 기준)은 올 1월엔 6억5000만원에 거래됐는데, 올 6월엔 5억원에 매매 계약이 체결됐다.

또 다른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이 양도소득세 중과를 면제받기 위해 서울 이외에 지역부터 처분하려는 영향도 있다"며 "당분간 이런 분위기가 이어질 전망이라 이 지역에선 갭투자(전세 끼고 매매)가 사실상 금기시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은정 기자 ke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