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중앙은행(Fed)의 기준금리 결정을 앞두고 인플레이션이 장기화할 거란 우려가 거세지고 있다. 지난 5월 미국의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월 대비 0.8% 상승해서다. 전문가 예상치에 들어맞는 결과였지만 고공행진이 이어져 금리를 한 번에 0.75%포인트씩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이 고조됐다.

14일 미국 노동부는 5월 생산자물가지수(PPI)가 전년 동기 대비 10.8%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전월 대비 0.8% 올랐다. 4월(0.4%)에 비해 증가 폭이 두 배로 커졌다. 식료품 및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 PPI도 전년 대비 6.8% 증가했다.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3월(7.1%)과 맞먹는 수치다.

지난달에 비해 소폭 하락했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터진 뒤 사상 최고치를 기록했던 3월(11.5%)에는 못 미치지만 4월(10.9%)에 이어 3개월 연속 10%대 수준을 이어갔다. 상품 관련 생산자물가는 전달에 비해 1.4% 증대됐다. 서비스 분야는 0.4%, 에너지 부문은 5% 뛰어올랐다.

생산자물가는 향후 상당 부분 소비자물가 상승으로 이어진다. PPI가 10%를 유지하며 소비자물가 상승세도 좀처럼 꺾이지 않을 거란 전망에 힘을 실었다. 커트 랜킨 PNC 이코노미스트는 “생산자 물가가 상승하며 앞으로 수개월 동안 소비자 물가도 상승 압력을 받을 것”이라며 “두 지수의 상관관계는 코로나19 팬데믹이 종결된 이후 더 긴밀하게 결부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생산자물가지수가 곧 소비자물가지수로 반영될 거란 설명이다. 월간 상승 폭이 증가하며 인플레이션 우려가 확대됐다. 지난 4월(0.4%)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치솟았다. 예상치에 근접한 결과였다.

5월 PPI가 오는 15일 끝나는 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 영향을 끼칠 거란 분석이 나온다.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8.6%를 기록하며 40년 만의 최고치를 경신했다. 생산자 물가도 고공 행진하자 인플레이션 관리에 주력하고 있는 Fed가 기준금리를 0.75%포인트 인상하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을 거라는 관측이 우세해졌다.

월가에서는 Fed가 예고한 0.5%포인트 금리인상(빅 스텝) 대신 1994년 이후 처음으로 0.75%포인트의 금리인상(자이언트 스텝)을 단행할 거라는 예측이 잇따랐다. 글로벌 식량·에너지 공급난을 촉발한 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될 기미를 보이지 않아서다. 중국이 코로나19 억제를 위한 주요 도시 재봉쇄에 들어간 것도 Fed의 결정에 영향을 줄 전망이다.

블룸버그는 “미국 서부 항만 근로자 2만2천여 명의 고용 계약이 조만간 종료된다는 사실이 공급망 차질을 악화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