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 투자가 망설여지는 이유 중 하나는 어렵다는 것이다. 용어부터가 생소하다. 하나의 용어를 이해하기 위해 여러 단어를 찾아봐야하는 경우도 허다하다. ‘꼬리에 꼬리를 무는 바이오 용어(꼬.꼬.바)’에서 낯선 제약·바이오 관련 용어를 알기 쉽게 풀어본다.[편집자주]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아이발티노스타트’의 췌장암 미국 임상 1b·2상 시험계획을 ‘2022 미국임상종양학회(ASCO 2022)’에서 포스터로 발표했다고 9일 밝혔다. (6월 9일 기사)
“제가 투자한 기업이 미국에서 임상시험을 시작했다던데 언제쯤 판매할 수 있을까요?”

바이오기업 투자자라면 누구나 궁금한 내용입니다. 하지만 이 질문에는 예상에 필요한 여러 전제들이 빠져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임상시험의 단계입니다. 임상시험의 의미와 그 첫 단계인 임상 1상 관련 용어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임상(臨牀)은 환자를 진찰하고 치료하거나 의학을 연구하는 행위를 말합니다. 의약품 개발 과정에서의 임상시험은 사람에게 약을 투여하는 단계를 뜻합니다. 약으로서 사용해도 될 만큼 안전한지, 그리고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한 것입니다.

임상의 단계는 기본적으로 숫자로 구분됩니다. 숫자가 낮을수록 먼저 진행되는 과정입니다. 임상 1상은 사람의 몸에 치료제 후보물질을 처음으로 투여하는 단계죠. 1상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약을 사람의 몸에 넣었을 때 안전한지를 확인하는 것입니다. 또 임상 2상에서 사용할 약의 용량도 1상 단계에서 결정합니다.

1상에서 확인하는 약물동태학, 약물약력학은 무엇일까?

1상에서는 사람에게 약물을 넣었을 때 몸에서 어떤 변화가 일어나는지를 확인합니다.

이를테면 약물이 몸 속에 들어간 이후 어떤 곳으로 이동하는지, 몸 속으로 얼마나 흡수되거나 배출되는지를 관찰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약물동태학이라고 합니다. 줄임말로는 약동학, 영어로 ‘PK(Pharmacodnamics)’입니다.

약물이 몸 속에서 일으키는 변화에 대해서도 관찰합니다. 이를테면 약물로 인해 혈압이 떨어진다거나 인슐린 분비가 늘어나는 등의 각종 현상을 관찰합니다. 이러한 연구를 약물동력학(Pharmacodynamics)이라고 합니다. 줄임말은 약력학(PD)입니다.

약을 투여해 얻고자 했던 반응을 ‘치료 작용(therapeutic action)’이라고 한다면, 기대하지 않았던 이상 반응은 ‘부작용(side effect)’이라고 합니다.

다음 단계의 임상시험을 진행하거나 임상을 마치고 의약품으로 판매하기 위해서는 약 투여로 인해 기대되는 이득이 부작용으로 인해 예상되는 위험보다 커야 합니다.

예를 들어 어떤 후보물질(파이프라인)이 대장암 환자의 생존기간을 연장하면서, 메스껍거나 헛구역질이 나는 정도의 부작용을 보인다면 이득이 더 큰 것입니다. 구역질보다 생명을 연장시키는 것이 더 큰 혜택이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화불량 증상을 완화하기 위한 약이 낮은 확률이라도 암을 유발할 수 있다면 혜택보다 위험이 더 큰 경우로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에는 임상이 중단되거나, 신약허가를 받지 못할 것입니다.

1a상, 1b상은 무엇이 다를까?

임상 1상의 첫 단계에서는 적은 양의 약물을 적은 수의 사람에게 1회 투여합니다. 이후 이상 반응이 관찰되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더 많은 양의 약을 넣습니다. 이처럼 소수의 인원을 대상으로 1회 투여하며 용량을 늘려 나가는 과정을 단회용량상승시험이라고 합니다. 영어로는 ‘SAD(Single Ascending Dose study)’입니다.

1회 투여로 안전성을 확인한 몇몇 용량에 대해서는 다시 투여 횟수를 늘려 낮은 용량부터 반복 투여 시의 안전성을 확인합니다. 이를 다중용량상승시험(Multiple Ascending Dose study), 줄임말로 ‘MAD’라고 합니다. SAD를 마친 두 약물을 함께 투여했을 때의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도 MAD로 구분됩니다.

임상 1상을 두 단계로 나누어 실시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 단회용량상승시험를 임상 1a상, 다중용량상승시험을 임상 1b상이라고 합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의 기사 내용을 살펴보겠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이 회사의 신약후보물질 ‘아이발티노스타트’를 ‘카페시타빈’이라는 기존 췌장암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는 임상을 미국에서 진행할 계획입니다.

카페시타빈은 이미 승인된 치료제인 만큼 권장 용량 및 용법이 정해져 있습니다. 아이발티노스타트는 국내 임상 1·2상을 통해 250mg의 반복 투여에 대한 안전성을 확인했습니다. 이러한 자료를 근거로 제출하고 FDA와 협의한 결과 미국 임상은 1b상부터 시작하는 것으로 정해졌습니다.

이번 임상 1b상에서는 1000mg의 카페시타빈 고정 용량과 60mg 125mg 250mg의 아이발티노스타트를 낮은 용량부터 각각 6명에게 반복투여합니다. 이후 안전성이 확인되면 1상에서 정해진 권장용량을 가지고 52명을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하게 됩니다.

임상 1상에서 약의 효과까지 확인한다고?

일반적으로 임상 1상은 환자가 아닌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사람에 약을 넣었을 때 약의 효과가 아닌 안전성을 확인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임상은 해당 약을 치료 목표인 환자에게 투여합니다. 대부분의 항암제가 이에 해당됩니다.

치료하기 힘든 암을 대상으로 하는 항암제는 대부분 독합니다. 때문에 투여받는 사람에게 이상반응과 독성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따라서 건강한 사람에게 투여하는 것은 윤리적이지 못하다는 이유에서 항암제 임상은 1상부터 건강한 사람이 아닌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됩니다. 이로 인해 임상 1상 단계부터 약으로서의 가능성(치료 효과)을 일부 확인할 수 있습니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1b·2상에서 안전성과 약의 치료 효과를 함께 확인할 계획입니다. 이 또한 건강한 사람이 아닌 췌장암 환자를 대상으로 진행하기 때문에 가능합니다.

다음에는 이후 단계인 임상 2상 및 3상 관련 용어, 생소한 0상 및 4상 등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박인혁 기자 hy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