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거래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주고 다른 한쪽이 일방적으로 받는 관계라기 보다는 서로간에 주고받는 대가적인 관계에 있고, 또 개별적인 서로간의 의무들 중에는 시간적으로 서로 동시에 이행해야 할 관계에 놓인 것들이 적지 않다. 이런 관계를 법적으로 동시이행의무라고 하는데, 이렇게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신의 의무를 소홀히 하여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다음은 계약해제과정에서 동시이행의무를 제대로 다하지 못한 사례들이다.

첫 번째 사례는, 공사가 완성되어 분양잔금을 납부하면서 이전등기를 받아가야함에도 불구하고 분양대금을 미납하고 있는 수분양자에 대해서 분양회사측이 계약해제를 하는 과정에서 한 저지른 실수라고 할 수 있다. 수분양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못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이 사실을 이유로 계약을 적법하게 해제하기 위해서는 분양회사로서도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자신의 의무를 다해야만 한다. 이렇게 공사가 완성된 단계에서, 수분양자의 분양대금 완납의무와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분양회사의 의무라고 하면, 분양된 해당 점포의 이전등기서류제공의무, 점포인도의무가 대표적이다. 그런데도 이 분양회사는 이런 의무제공을 다하지 않은채 수분양자에게 몇 차례 대금납부를 독촉하다가 계약해제를 통고한 후, 곧바로 다른 사람에게 이를 재분양해 버린 것이다. 위에서 본 바와 같이 이런 계약해제는 적법하지 않다. 따라서 분양계약은 엄연히 유효하게 유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양회사는 임의로 다른 사람에게 해당 점포를 처분하여 오히려 분양회사측이 분양계약을 이행되지 못하는 법적인 이행불능의 상태를 야기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이런 논리로, 이 분양회사는 수분양자의 분양대금청구소송에서도 패소했다.
두 번째 사례는, 대법원 2004. 12. 9. 선고 2004다49525 판결 사안인데, 매수인인 원고가 매도인인 피고를 상대로 잔금 지급기일 이후에 채무이행을 최고하면서, 자신이 이행할 동시이행관계에 있는 대금지급의무를 이행제공하는 차원에서 약정된 중도금 및 잔금 액수를 초과하는 금원이 예치되어 있는 예금통장의 사본을 제시한 사안에서, 법원은 예금통장의 사본의 제시는 단순히 중도금 및 잔금의 준비에 불과할 뿐 원고가 중도금 및 잔금의 지급에 관하여 적법하게 이행 제공을 한 것이 아니라고 판단하여, 결국 원고의 계약해제주장은 타당치 않다고 판단하였다. 대금지급의무의 제공은 보통 대금을 수표로 찾아와서 직접 보여주는 방법으로 하는 것이 안전한 방법임에도 불구하고 매수인은 이에 미치지 못하는 방법을 사용해서 결국 법적으로 불이익을 받게 된 것이다.
위 사례에서처럼 상대방의 계약위반을 이유로 한 계약해제를 위해서는 동시이행관계에 놓인 자신의 의무를 적법하게 이행제공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동시에 이행해야 할 본인 스스로의 의무에 대해서는 별다른 고민을 하지 않는다. 그 결과 상식과는 다르게 법적으로는 계약위반의 책임이 뒤바뀌어서 억울한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것이다. “남탓이 아니라 내탓이요”라는 종교적인 구호도 있지만, 남의 의무위반을 논하기에 앞서 내 의무를 먼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는 점,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 -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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