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국민의힘 이준석 대표(오른쪽)와 권성동 원내대표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대화하고 있다. /김병언 기자
제8회 전국동시지방선거로 국민의힘 차기 당권 및 대권 경쟁 구도가 크게 요동치게 됐다. 10년간 정치권 바깥에서 지냈던 오세훈 서울시장이 ‘사상 첫 4선’ 타이틀과 함께 유력 대선주자로 급부상했다. 당내에선 안철수 전 대통령직인수위원장이 3선에 성공하면서 ‘윤핵관(윤석열 대통령 핵심 관계자)’, 이준석 대표 측과 당권을 두고 치열한 경쟁이 예상된다.

압승으로 대선 길 닦은 오세훈

오 시장은 상징성이 큰 서울시장 선거에서 압도적인 승리를 거둬 당내 입지가 한층 넓어졌다. 2일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오 시장은 59.1%를 득표해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후보(39.2%)를 19.9%포인트 차이로 이겼다. 25개 자치구, 422개 동에서 모두 승리하는 진기록도 남겼다. 대중적 인지도와 탄탄한 수도권 지지세를 유감없이 증명했다는 평가다.

2011년 무상급식 주민투표 무산으로 10년간 ‘정치 야인’으로 지냈다는 것은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 다양한 성향의 정치인을 규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에서도 최재형 유경준 박성중 조수진 의원 등 현역 의원은 물론 나경원 오신환 진수희 전 의원도 캠프에 합류했다. 소위 친이(친이명박)부터 유승민 전 의원계로 분류되는 인물들까지 다양한 스펙트럼을 나타냈다.

당내에서는 서울시장으로서 당내 영향력을 확대해 대권까지 거머쥐었던 이명박 전 대통령의 경로를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오 시장의 대중적 기반을 감안할 때 서울 출마를 염두에 둔 정치인이라면 결국 ‘오세훈계’로 묶일 수밖에 없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의 한 의원은 “국회의원에다 4선 시장을 해 경험과 인지도는 이미 충분해서 남은 행보는 대권뿐”이라며 “오 시장을 중심으로 당내 세력이 형성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차기 당권은 누구에게

국민의힘 내 세력 간 다툼은 내년 6월 당 대표 선출을 앞두고 격화될 전망이다. 2024년 총선 공천권이 차기 대표에게 있는 만큼 대선에서도 유리한 위치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우선 윤핵관으로 불리는 권성동 원내대표와 장제원 의원 등이 세력을 불리고 있다. 김태흠(충남), 유정복(인천) 등 윤 대통령 측 후보가 대거 당선되면서 권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친윤’ 세력의 영향력이 커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올해 대선과 지방선거에서 2연승을 이끈 이준석 대표가 다시 한번 당 대표에 도전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경기 성남 분당갑 보궐선거에서 당선돼 3선에 성공한 안 전 위원장이 원내에 진입하며 이 같은 방정식은 더욱 복잡해졌다.

이 대표와 안 전 위원장이 껄끄러운 관계를 유지하고 있어 세력 간 연대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다. 윤핵관 측은 대중적 인지도가 있는 인물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안 전 위원장은 당내 세력이 사실상 전무하다는 점에서 서로 이해관계가 맞다. 서울 지역 출마를 통한 원내 진입을 원하는 이 대표는 오 시장의 원내 세력 확대 지원에 적극 나설 수 있다. 여기에 당내 중진인 정진석 국회부의장과 김기현 전 원내대표도 당 대표에 도전할 것으로 알려져 당권을 둘러싼 다툼은 갈수록 치열해질 전망이다.

한 재선 의원은 “당내 ‘보스’가 없는 상황이라 주요 인사들이 당 안팎에서 어떻게 행동하느냐에 따라 당심은 언제든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