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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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해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손질하기로 했다.

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날부터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및 '공시제도 개선 방안 마련'을 위한 연구용역 절차가 시작된다. 연구용역과 함께 전문가 자문위원회도 운영한다. 공시가격 현실화율과 목표 기간을 재조정하고 공시가격 산정의 정확성과 투명성도 높인다는 목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공약 이행을 위한 조치다. 윤 대통령은 선거 당시 공시가격을 낮춰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등 보유세 부담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하겠다고 공약했다. 지난해 12월 원희룡 당시 선대위 정책총괄본부장도 "윤석열 정부는 주택 공시가격을 2020년 수준으로 환원할 것"이라며 "문재인 정부가 공시가격을 환원하지 않으면 윤석열 정부는 관련법 시행령을 개정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인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차기 정부의 공시가격 인하 의지에도 문 정부는 지난 3월 공동주택 공시가격 인상률을 17.2%로 확정한 '2022년 공동주택 공시가격안'을 발표했다. 1가구 1주택자만 재산세와 종합부동산세 산정에 전년도 공시가격을 소급 적용해 세금 부담을 덜어주기로 했지만, 이후 세금 폭탄을 고려하지 않은 땜질식 처방이라는 비판이 뒤따랐다. 이에 윤 정부가 임기 약 한 달 만에 보유세 부담 완화를 위한 공시가격 개편에 팔을 걷은 것이다.

우선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 재검토' 연구를 통해 기존의 목표 현실화율(90%)과 달성 기간(5~15년)을 재검토한다. 2030년까지 공시가격을 시세의 90% 수준으로 올린다는 이전 정부의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은 개별 부동산별로 시세 반영률(현실화율)의 형평성 회복 등을 목표로 추진했지만, 계획 이행 과정에서 국민 부담이 가중됐다는 문제가 제기됐다.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서울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소에 '양도세·종부세 상담 안내문'이 붙어 있다. 사진=뉴스1
실제 국토부 내부에서도 급격한 공시가격 인상에 대한 자성론이 쏟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공시가격을 심의·의결하는 중앙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중부위)가 2022년 표준(단독)주택가격안과 표준지 공시지가안 심의를 위해 지난 1월 개최한 회의에서도 공시가격 현실화에 대한 지적이 잇따랐다.

회의록에 따르면 회의에 참석한 위원들은 부동산 가격의 급등·급락, 경제적 위기 상황 등에 대처할 방안 없이 매년 공시가격을 끌어올리기만 한다는 점을 집중적으로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공시가격 목표 현실화율을 기존 90%에서 80%로 낮추고, 현실화율 달성 연도도 2030년 이후로 늦추는 방안이 논의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현실화 계획 재검토 외에도 국토부는 '공시제도 개선방안 연구'를 통해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신뢰성을 높일 방안을 찾기로 했다. 공시가격 산정체계 개선 방안을 모색하고 정확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지자체의 역할을 확대하는 방안이 검토된다. 개별 부동산별 공시가격의 정확성과 시장의 수용성을 높이기 위해 공시 주기와 시점에 대한 연구도 진행한다.

국토부는 이번 연구용역을 통해 오는 11월 중 수정‧보완 방안을 마련하고 내년 공시부터 적용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1가구 1주택자에게는 전년도 공시가격을 소급 적용해 재산세와 종부세 부담을 줄였지만, 내년 대폭 인상된 공시가격이 적용되면 세금 부담도 많이 늘어날 수 밖에 없다. 주택 가격과 공시가격 현실화율의 동반 상승으로 세금 부담이 급격하게 불어나는 상황을 차단하기 위해 연내 개정안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이랑 국토부 부동산평가과장은 "기존 현실화 계획에서는 (공시가격이) 급등한 측면이 있고, 불균형 심화나 부작용 등에 대한 문제의식도 있어 보완하려 한다"며 "국민 부담을 최소화하는 한편, 공시제도가 국민에게 신뢰받을 수 있도록 합리적인 개선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