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에 따른 검찰 수사권 축소 등 형사사법 체계가 큰 변화를 앞둔 가운데 출범한 지 1년이 넘은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관련 법이 여전히 허술하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공수처의 피의자 구속기간 등이 법적으로 명확히 규정돼 있지 않다 보니 공직자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현재 공수처법과 관련 규정엔 공수처 검사와 검찰청 검사가 피의자를 며칠씩 구속할 수 있는지가 기재돼 있지 않다. 형사소송법엔 검사와 경찰이 최대 20일간 구속 상태로 피의자를 수사할 수 있도록 돼 있지만 공수처 검사에 대해선 따로 규정된 내용이 없다. 이렇다 보니 공수처가 직접 기소할 수 없는 고위공직자를 수사할 때 며칠간 구속할 수 있는지가 모호하다. 공수처가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사건을 넘기게 되는 상황에선 공수처와 검찰이 각각 며칠 동안 피의자를 구속할 수 있는지, 공수처가 피의자를 20일간 구속해 수사한 뒤 검찰로 사건을 이첩하면 검찰은 구속 조치할 수 없는지 등이 불명확하다.

공수처와 검찰이 같은 피의자를 다른 범죄 사실로 따로 기소했을 때 어떻게 공판을 진행할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법원이 두 사건을 병합해 심리할 때 사건기록과 증거목록 작성, 공판 진행 등을 누구 주도로 일원화할지 명확하지 않다는 평가다.

경찰이 공수처에 영장을 어떻게 신청하는지에 대한 세부 기준이 없다는 지적도 있다. 당장 석 달 뒤부터 경찰이 검찰 대신 공직자 직접 수사를 맡게 되는 상황에서 사건처리와 관련한 제도 보완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검찰은 검찰청법·형사소송법 개정안이 시행되는 오는 9월 10일부터 공직자와 방위사업, 대형참사 범죄를 직접 수사할 수 없게 된다.

이근우 가천대 법대 교수는 “인력, 조직이 부족한 공수처로서는 다른 수사기관의 협조를 구할 일이 많을 수밖에 없고 송치 이전의 수사 결과에 의존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라며 “가칭 ‘검·경·공 협의체’ 같은 기구에서 다양한 의제를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