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아라비아가 한국에 12조원 규모의 원자력발전소 건설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낸 것으로 31일 알려졌다. 2030년까지 원전 10기 수출을 목표로 내건 윤석열 정부는 사우디 원전 수주전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한국경제신문 취재를 종합하면 사우디 정부는 지난주 한국 측에 1.4GW 규모의 원전 2기 건설 의사를 타진하는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냈다. 사우디가 입찰참여요청서를 보낸 나라는 한국 프랑스 중국 러시아 등 4개국으로 파악됐다. 사우디는 2018년 원전 건설 의사를 타진할 때 예비사업자에 포함한 미국은 이번엔 제외했다.

사우디는 한국과 관련해 첫 원전 수출 사례인 아랍에미리트(UAE) 바라카 원전의 성공적 운영과 가격 경쟁력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은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 UAE 원전 수출 계약을 따냈고 이후 186억달러(약 22조원)를 들여 한국형 원자로(APR1400) 4기를 준공했다. 한국의 원전 건설비용은 당시 경쟁 상대인 프랑스 아레바가 제시한 비용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사우디가 이란의 핵 개발 견제를 이유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핵 사찰을 거부하고 있고 미국이 이를 이유로 한국의 사우디 원전사업 참여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게 변수로 꼽힌다. 미국 원자력법 123조에 따르면 미국의 원자력 기술을 제공받은 나라는 우라늄 농축 등을 할 때 미국 정부와 의회의 사전 동의를 받아야 한다. 한국의 수출 모델인 APR1400은 미국 원천기술을 도입해 개발했기 때문에 수출할 때 미국 원자력법 123조를 적용받는다. 이에 따라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이뤄진 ‘한·미 원전 동맹’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관측이 나온다. 원전업계 관계자는 “한국이 사우디에 원전을 수출하려면 미국 정부의 규제 완화가 필수적”이라며 “한·미 간 전략적 수출 공조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지훈/김소현 기자 liz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