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30일(현지시간) 장중 배럴당 120달러를 돌파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산유국들의 협의체인 OPEC+가 오는 회의에서도 증산할 가능성을 극히 낮게 보고 있다. 그리스는 최근 유조선 나포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을 비롯한 이란 인근을 피하라고 자국 선사들에게 권고했다.

석유수출국회의(OPEC) 회원국과 러시아 등 비(非) OPEC 산유국들로 이루어진 협의체인 OPEC플러스(+)는 다음달 2일 회의를 열고 증산 여부를 논의한다. 외신에서는 이번 회의에서 OPEC+가 증산을 결정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보고 있다.

이날 국제유가가 상승한 이유는 유럽연합(EU)의 러시아 원유 수입금지 가능성, 미국의 이동 수요 급증,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의 도시봉쇄 해제, 이란 혁명수비대의 그리스 유조선 나포 등이 맞물려서다. 30~3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러시아 원유 금수를 골자로 하는 6차 대러시아 제재안이 합의에 이를지가 관심이다. 러시아 원유 금수에 강력하게 반발하는 헝가리를 끌어안기 위해 EU는 송유관을 통해 공급되는 원유는 제재 대상에서 일시 제외하는 방안까지 고려 중이다.

이란 혁명수비대가 지난 27일 걸프 해역에서 그리스 유조선 2척을 나포한 것도 국제유가를 자극하고 있다. 이란 유조선에 실린 석유를 미국이 압류하는 과정에 그리스가 도움을 줬다는 이유로 혁명수비대가 보복조치를 취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그리스 해운부는 자국 선박들에게 이란 인근에서의 운항을 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나포 사건이 발생한 호르무즈 해협은 하루 전체 해상 석유 거래량의 3분의 1 가량이 오가는 길목이다.

중국의 경제수도 상하이는 다음달 1일부로 도시 봉쇄를 풀고 전면적 정상화를 추진한다. 도시봉쇄에 들어간지 두 달 만이다. 중국의 원유 수요가 살아날 것이라는 기대가 이날 국제유가에 반영됐다. 미국이 30일부터 우리나라의 현충일에 해당하는 메모리얼 데이 연휴에 들어가면서 이동이 급증해 연료 수요가 늘어난 것도 국제유가 상승에 영향을 미쳤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