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 칼럼] 고물가·강달러의 후폭풍
미국의 최대 이슈는 8%대까지 치솟은 인플레이션율이다. 40여 년 만에 가장 높은 물가 탓에 미 중앙은행(Fed)은 기준금리 인상 등 긴축에 돌입했고, 뉴욕 금융시장은 그 영향을 고스란히 체감하고 있다. 올해 초 연 1.5% 수준이던 10년 만기 미국 국채 금리는 3%를 넘었고, S&P500지수는 올해 들어 14% 넘게 급락했다. 달러 가치가 급등해 세계 경제를 위협하고 있지만, Fed는 이를 방치하는 듯하다. 강달러는 수입 물가를 낮추는 효과가 있어서다.

상시적 인플레이션 시대

돈을 많이 풀어놓은 덕분에 실물 경제는 아직 강하다. 일자리도 많고 임금도 오르고 있지만, 문제는 실질 소득이다. 지난 3월 임금은 전년 대비 5.6% 상승했지만, 물가(8.5% 증가)를 고려한 실질 임금은 오히려 2.7% 감소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 지지율은 40% 안팎에 머물러 있고, 민주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에서 상·하원을 모두 공화당에 빼앗길 것이란 관측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높은 물가를 ‘푸틴발 인플레이션(Putin’s price hike)’이라고 부른다. 인플레이션 원인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돌리려는 것이다.

작년 말까지도 월가에선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란 분석이 다수였다. 팬데믹에 따른 공급망 혼란이 풀리면 저절로 해결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오미크론 변이 확산 등이 이어지면서 그런 일은 생기지 않았다.

작년 11월 제롬 파월 Fed 의장은 ‘일시적’이란 용어 사용을 중단했다. 에너지·식료품을 제외한 근원 물가는 정점에 달한 것으로 보이지만, 파월 의장은 지난달 21일 국제통화기금(IMF) 토론에서 “그런 기대는 실망을 안겨 왔다”며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였다.

인플레이션이 쉽사리 가라앉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많다. 골드만삭스, 블랙록 등이 대표적이다. 지난 30년간 저물가를 가능하게 한 세계화가 퇴조하고 있고, 탈탄소화도 인플레이션 요인이란 것이다. 미·중 갈등과 팬데믹으로 위기에 처한 세계화는 러시아의 침공으로 대폭 후퇴했다.

래리 핑크 블랙록 회장은 “지난 30년 동안 경험한 세계화에 마침표를 찍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공급망을 중국에서 자국 및 동맹 중심으로 재편하고 있다. 비용은 올라갈 수밖에 없다. 서방은 또 세계 원유 공급의 10%를 차지해온 러시아를 에너지 공급망에서 빼버리려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ESG(환경·사회·지배구조)에 따른 투자 감소로 에너지 생산 능력이 모자란 상황이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간 회장은 “유가가 배럴당 185달러까지 오를 수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는 농산물 수출국이기도 하다. ‘애그플레이션’도 하반기로 갈수록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한국, 나비효과 경계해야

탈세계화, 탈탄소화 등으로 높은 물가가 구조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남미와 같은 수십%대는 아니지만, Fed 목표(2%)를 상회하는 한 자릿수 중반대 물가 상승률이 이어질 수 있다. 그래서 Fed가 물가 목표를 높여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2018년 노벨경제학상 수상자인 폴 로머 뉴욕대 교수는 “안정적 3%, 4%를 추구하는 게 2%보다 낫다고 본다”고 말했다. 구조적 상승 요인이 있는 상황에서 물가를 2%까지 낮추려면 경기를 침체로 내몰 수밖에 없어서다. 물가 목표가 높아지면 금리도 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런 미국의 고물가와 고금리, 그리고 강달러는 글로벌 시장을 통해 한국 경제에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