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구찌 부활 이끈 '패션계 예수'
“한국은 이탈리아와 멀리 떨어져 있지만 창의적인 활동에 있어서는 가까운 나라입니다.”

이탈리아 패션 브랜드 구찌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CD) 알렉산드로 미켈레(50·사진)는 지난 7일 서울 동대문 디자인플라자(DDP)에서 열린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한국은 굉장히 흥미로운 나라”라며 이같이 말했다.

미켈레는 이달 27일까지 DDP에서 열리는 ‘구찌 가든 아키타이프: 절대적이 전형’ 전시를 기념해 국내 언론과 처음으로 인터뷰를 했다. 이번 전시회는 구찌 100주년을 기념해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시작돼 일본 도쿄와 홍콩 등을 거쳐 서울에 상륙했다. 그는 “구찌에서 실행한 여러 실험적인 아이디어를 전시했다”며 “지금까지의 성과를 대중과 나누는 게 이번 전시회의 의미”라고 설명했다.

1972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태어난 미켈레는 2002년 구찌에 입사한 뒤 2015년부터 수석디자이너를 맡았다. 미켈레는 CD를 맡은 지 3년 만에 매출을 42% 늘렸을 뿐 아니라 밀레니얼 세대의 관심을 받는 젊은 브랜드로 구찌를 변신시켜 ‘패션업계의 예수’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는 “구찌에서 일하는 것은 유행만 따르는 것이 아니라 그 이상의 무엇인가가 있었다”며 “구찌는 단순히 신발에 붙은 마크를 뜻하는 게 아니라 100년의 역사이고 아름다운 장소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이번 전시를 둘러보는 팁도 제시했다. 그는 꼭 봐야 할 공간으로 여덟 번째 방 ‘수집가의 공간’을 꼽았다. 1354개의 나비, 182개의 뻐꾸기시계, 200개의 구찌 마몽 핸드백 등이 전시된 공간이다. 미켈레는 “여러 가지 작품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 다양성이 느껴졌다”며 “여러 사물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데 항상 관심을 갖고 있다”고 언급했다.

미켈레는 한국을 ‘흥미로운 국가’라며 중요성을 강조했다. 구찌는 지난해 서울 용산구 한남동에 두 번째 플래그십스토어 ‘구찌가옥’을 여는 등 한국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미켈레는 “한국과 일하는 것은 굉장히 매력적이고, 한국은 매우 중요한 나라”라고 말했다. 코로나19 이후 구찌의 방향성에 대해선 “힘든 상황이지만 새로운 창의성을 발휘할 시간이기도 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100년이 지난 구찌는 아직도 사춘기다. 가야 할 시간이 많이 남았고, 그렇기 때문에 영원히 젊음을 간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에 대해서도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그는 “패션업계 회사가 어려운 상황에 있는 분과 함께하는 게 하나의 도리라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 상황에 최대한 협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구찌의 모기업 케링그룹은 우크라이나 사태에 우려를 밝히고 지난 4일부터 러시아 현지 매장 운영을 일시 중단했다.

미켈레는 디자이너를 꿈꾸는 청년에게도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는 “커다란 열정이 삶의 원동력”이라며 “어떤 일을 하는 데 정해진 ‘레시피’는 없다. 하고자 하는 것에 집중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배정철 기자 bj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