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에세이] 동네가게 폐업 막으려면
2년 이상 지속된 코로나19로 동네 가게들이 폐업하는 상황을 보는 건 이제 낯선 일이 아니다. 소상공인들이 커다란 고통을 겪고 있지만 손실보상을 제대로 못 받는 실정이다. 책임이 있는 국회의원으로서 깊이 반성한다. 반성의 이유는 헌법 23조에 공공의 필요에 의해 재산권이 제한된 경우 정당한 보상을 국가가 지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도, 지난 2년 동안 이를 실행할 손실(소득) 파악 시스템을 갖추지 못한 데 대한 것이다.

이번 추경의 정부안은 매출이 감소한 곳 모두에 일괄 300만원을 지급하고, 추가로 정부 행정명령에 따라 매출이 감소한 곳은 피해 규모에 따라 차등 지급한다고 돼 있다. 그리고 이 차등 지급은 손실의 정도에 따라 500만원 선지급 후 정산을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이 정부 보상안은 모두 ‘손실’이 아니라 ‘매출’을 기준으로 해 정당한 보상의 근거를 충족하지 못한다.

우리나라 자영업자는 650만 명이다. 취업자의 24%에 달하는 수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선진국 평균보다 약 10%포인트 높다. 그런데 이들 자영업자 중에서 부가가치세를 내는 일반 사업자는 전체의 60% 정도이고 나머지 23%는 간이과세자, 17%는 면세사업자이다.

여기서 면세사업자는 아예 매출과 매입의 신고가 면제돼 손실을 파악할 방법이 없다. 간이과세자는 통상 매출만 신고하고, 이 매출에 업종별 부가가치율을 곱해 부가가치세를 낸다. 그 결과 현 제도에서는 자영업자의 40%를 차지하는 면세자나 간이과세자는 개별적인 손익이 제대로 파악될 수 없다.

매출만을 기준으로 하면 ‘정당한 보상’에 문제가 발생한다. 예를 들어 치킨집의 경우 코로나19 이후 매출은 늘었을지라도 과도한 배달 플랫폼 비용으로 인해 손실이 났는데도 보상에서 제외될 수 있다. 또 면세자나 간이과세자의 대부분은 코로나19로 인해 집중적인 피해를 본 영세사업자이고, 이들 중 이미 폐업한 곳은 손실을 보상받을 방법이 없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로는 취약계층에 대한 부실한 사회안전망이 꼽힌다. 더불어 투명하지 못한 소득 파악 체계도 이에 한몫한다. 즉 사회안전망이 미비해 취약한 자영업자는 세금을 살살 받을 테니 거기서 생계유지를 하라는 의미도 있다. 생계형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이유다.

복지국가에서는 세금을 거두는 것도 중요하지만 누수 없이 세금을 잘 나눠 주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행정편의나 취약 자영업자를 위한다는 명분으로 간이과세자를 늘리지 말고 이들의 소득을 정확히 파악해 받은 세금을 잘 나눠 줄 기반을 진작 갖췄어야 했다. 그랬다면 코로나19로 인해 피해를 본 자영업자의 손실보상 문제가 정부와 국회에서 이리 오랫동안 지지부진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반성하지 않을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