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중대재해법이 진정 재해예방법 되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이 드디어 시행됐다. 작년 법 공포 이후 기업의 경영책임자를 형사처벌하는 법률인데도 법 내용이 너무 모호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대표적으로 경영책임자를 누구로 볼 것인지, 안전보건최고책임자(CSO)를 선임할 경우 그 CSO를 경영책임자로 볼 수 있는지 등 법령의 불명확성에 관한 비판의 목소리가 높다.

고용노동부는 시행령 제정 이후 해설서를 발간하며 기업의 우려와 비판을 불식하기 위한 노력을 해 왔다. 그럼에도 기업들이 여전히 불안해하는 이유는 뭘까? 바로 중대재해법에 따른 의무사항을 이행한다고 하더라도 무조건 처벌받을 것이라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다.

이는 법률 자체의 모호함에서 비롯된 것일 수 있으나 법 적용에 대한 불신에 그 원인이 있는 듯하다. 중대재해법 제정 취지가 ‘처벌’이 아니라 일선 현장에서의 ‘산업재해 예방’이라고 아무리 강조해도, 이미 법률 명칭에 처벌이라는 문구가 들어가 있고, 그동안 산업재해에 대해 대표자는 법망을 피해간 현실을 바로잡고자 이 법률이 도입됐다는 점을 생각해 보면 기업들의 우려도 충분히 이해가 간다.

결국 이 문제에 대한 해결은 수사기관과 사법부로 넘겨진 상황이다. 중대재해법이 진정 재해 예방을 위한 법이 되려면 향후 법 적용에 있어 수사기관과 법원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는 얘기다.

우선, 중대재해 발생 시 안전보건에 관한 최종적인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을 수사기관에서 정확하게 판단해야 한다. 법에서 ‘경영책임자 등’이라 함은 ‘사업을 대표하고 사업을 총괄하는 권한과 책임이 있는 사람’ 또는 ‘이에 준하여 안전보건에 관한 업무를 담당하는 사람’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전자가 대표이사임은 의문의 여지가 없는데, 후자는 CSO를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문제는 CSO를 선임한다고 해서 대표이사가 면책되지 않는다는 점인데, 이는 법문언상으로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CSO가 안전보건에 관해 최종적인 책임과 권한을 행사하고, 대표이사는 경영에만 전념할 경우에는 CSO를 법상 경영책임자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 만일 수사기관에서 향후 중대재해 발생 시 기업의 안전보건조직체계상 CSO가 최종 권한과 책임을 가짐이 명확함에도 불구하고 여론에 떠밀려, 눈치 보기 식으로 법원에 그 책임을 밀며 CSO가 아니라 대표이사를 기소하거나, 혹은 대표이사와 CSO를 모두 기소한다면 많은 기업이 CSO를 별도로 두고 조직체계를 개선하지 않을 것이다. 물론 대표이사의 형사책임을 면하기 위해 형식적으로 CSO를 두는 경우라면 당연히 대표이사가 처벌받아야 한다. 그러나 CSO를 통해 전문적인 안전보건관리체계를 구축하고 총괄적으로 관리하도록 한 기업은 안전보건에 관한 실질적인 책임자인 CSO가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는지를 살펴 형사책임을 묻는 것이 타당하다.

법 제4조에서는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에 관한 내용을 정할 때 ‘사업 또는 사업장의 특성 및 규모 등을 고려’하라고 돼 있다. 기업마다 안전보건 확보 의무의 준비 수준과 정도가 다를 수밖에 없으므로 이를 고려해 기업 특성과 현실에 맞게 준비하면 면책될 수 있도록 법이 적용돼야 한다.

중대재해법은 고의범을 처벌하는 것이므로 기업들이 안전보건 확보 의무를 다했을 때는 중대재해가 발생해도 법리상 형사처벌할 수 없다. 그럼에도 기업들은 이러한 기본적인 법원칙이 그대로 적용될 것인지 우려하고 있다. 법 시행을 앞두고 기업들이 ‘면책조항 신설’을 요구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어차피 해도 처벌된다’는 인식이 만연해지는 순간 중대재해법의 취지와 목적 달성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결국 법 시행 후 수사기관의 법 해석과 법원 판결이 매우 중요할 수밖에 없다. 단기적으로 옥죄기 식의 법 적용은 공포감만 불러일으킬 뿐이다. 향후 중대재해가 발생한다면, 수사기관의 떠넘기기 식, 눈치 보기 식 기소가 이뤄질 것이라는 작금의 우려는 기우(杞憂)이기를 희망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