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환경경영 ABC⑦
롯데 화학BU가 친환경 목표인 '그린 프로미스 2030'을 선언했다. 사진=롯데 제공
롯데 화학BU가 친환경 목표인 '그린 프로미스 2030'을 선언했다. 사진=롯데 제공
환경경영에 대한 기본 이해를 바탕으로 구체적인 실행에 옮기기 위해서는 전략적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일반적 경영 전략과 마찬가지로 환경경영 전략이 필요하다. 경영 전략이 기업 이윤 극대화에 초점을 맞춰 경제적 수익성 제고를 우선한다면, 환경경영 전략은 기업의 환경 성과 제고와 경제적 수익성을 함께 고려해 수립하게 된다. 하지만 경영 전략 이행 과정에서 행해지는 대부분의 활동이 환경에 영향을 미치므로, 환경경영 전략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전략 수립 단계에서부터 환경성과 경제성을 동시에 고려하는 접근 방식이 필요하다.

전략 수립 시 환경성·경제성 고려

전략적 환경경영은 환경 성과 개선을 기업의 이윤 증대로 연결하는 것이 핵심이며, 이는 환경 개선을 통한 기업의 전략적 경쟁우위 확보로 가능하다. 실제로 환경경영은 다양한 방식으로 기업에 전략적 경쟁우위를 가져다줄 수 있다. 환경경영에 의한 원가절감과 제품 차별화는 시장 경쟁력을 높이는 핵심 수단이다. 생산공정에서 에너지를 적게 사용함으로써 생산비용을 절감하고 지구온난화 방지에도 기여할 수 있다. 환경문제가 적은 제품 개발로 친환경 소비를 늘리거나 강화되는 환경규제에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도 있다.

환경경영 전략 수립의 첫출발은 해당 기업의 환경에 대한 입장을 설정하는, 즉 전략적 포지셔닝을 하는 것이다. 이는 시장 특성과 기업활동의 환경 민감성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다. 기업의 전략적 포지션 유형을 환경경영을 통한 시장 확대 가능성과 기업활동으로 인한 환경오염 정도라는 2가지 관점에서 도식화하면 다음과 같다.

환경경영의 4가지 전략 포지션



여기서 ‘무관심형’은 환경오염의 위험이 거의 없으며, 기업의 환경활동이 시장 확대나 비용절감 같은 경쟁력 창출 요인으로 작용하지 않아 기업이 환경문제에 큰 관심을 가질 필요가 없는 경우 채택할 수 있는 유형이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이런 기업은 그다지 많지 않다. 그다음 ‘방어형’은 환경오염 가능성이 꽤 높고 외부로부터 상당한 환경 개선 압력을 받고 있으며, 환경 사고가 기업의 생존과 직결될 수 있지만 환경 개선을 통한 시장 창출 기회를 찾기 어려운 경우다. 이러한 기업의 일차적 관심사는 법규 준수나 외부 압력에 방어적으로 대응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환경단체가 기업의 환경문제를 이슈화할 경우 과학적 자료를 근거로 무관함을 설명하거나, 별다른 대응을 하지 않고 환경단체에서 제기한 문제가 사람들의 관심에서 멀어질 때까지 기다리거나, 로비를 통해 해결하려고 노력하려는 등의 유형이 이에 해당한다.

‘공격형’은 환경오염 위험이 그다지 높지 않은 대신 새로운 시장 창출 가능성이 높은 경우다. 환경오염 예방 설비를 공급하거나 환경성 개선 여지가 많은 제품을 공급하는 기업이 선택할 수 있는 전략 유형이다. 이런 사업을 영위하는 기업은 적극적 그린 마케팅을 통해 새로운 시장창출이 가능하다.

한편 ‘혁신형’은 환경오염 위험이 상당히 높아 외부의 압력을 받고 있으나, 이를 오히려 기회로 삼아 새로운 공정이나 제품을 개발하는 등 기업가치 극대화 노력으로 극복하고 발전해나가려는 유형이다. 이처럼 기업은 환경 관련 외부 여건이나 업종 특성에 따라 서로 다른 선택을 할 수 있지만, 가급적 다양한 이해관계자를 고려하면서 미래지향적 관점에서 전략적 포지셔닝을 해나가는 것이 바람직하다.

환경경영 전략에는 친환경 기업문화 조성에서부터 환경 인식 제고를 위한 임직원 교육, 환경경영 체제 구축, 친환경 제품 및 청정 생산 도입, 그린마케팅과 친환경 기업 이미지 구축, 이해관계자와 적극적 소통 등 다양한 수단이 검토될 수 있다. 이를 종합해보면, 기업경영의 환경적 위험 요인을 사전에 제거하고 기업가치를 제고하기 위해서는 환경 위험 회피 그리고 원가절감과 차별화 등 3가지 방향으로 접근할 수 있다.

기업이 환경경영 전략을 수립하는 목적이 무엇이냐에 따라 다양한 전략적 대안을 선택할 수 있겠지만, 대다수 기업이 환경 사고 대응을 환경경영의 일차적 목표로 삼게 된다. 환경 위험 관리의 목적은 기업이 경영활동 시 감당해야 할 환경 위험을 합리적으로 측정・평가하고 적정한 수준으로 관리・통제함으로써 경영의 안정성을 확보하고 환경피해를 최소화하는 데 있다. 환경사고는 자연환경에 미치는 영향뿐 아니라 기업 이미지에도 치명적일 수 있으며, 한번 손상된 기업 이미지를 복구하는 데는 장기간에 걸친 노력이 필요하다. 따라서 환경 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고 사고 발생 시 적절히 대응하기 위해서는 환경 사고 가능성에 대한 객관적이고 상세한 평가에 근거를 둔 전략적 접근이 필요하다.

환경 개선 위한 비용절감이 우선

다음은 원가절감 전략이다. 원재료나 에너지 가격 상승, 폐기물 처리 비용 등이 기업경영에 부담을 줄 경우 환경 개선을 수반하는 비용절감에 전략적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원가절감을 위해서는 우선 제품 생산에 투입되는 원료나 에너지를 효율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 친환경에너지 사용, 효율적 공정 및 시스템 도입, 친환경 원재료 대체, 폐기물 처리비용 절감 등이 검토 대상이다.

다음으로 생산공정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이나 부산물을 재이용하는 방법도 살펴보아야 한다. 폐기물이나 폐열의 재이용 또는 재활용으로 최종 폐기물의 양을 줄이거나 원재료 및 에너지 사용량 감축으로 원가절감이 가능하다. 유통이나 협력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친환경공급망관리(Supply Chain Environmental Management, SCEM)도 중요하다. 협력업체의 환경성과 개선으로 제조원가를 절감하거나 친환경 유통 시스템 구축으로 환경성 제고와 비용절감을 동시에 도모할 수 있다.

원가절감 전략이 투입비용을 줄이는 데 목적을 둔다면 차별화 전략은 기업의 생산품에 변화를 주어 수익을 늘리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차별화 전략은 시장에 반영되는 제품의 환경 측면을 직접적 대상으로 한다. 시장에 나와 있는 기존 제품이 환경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경우, 환경문제를 유발하지 않거나 환경피해가 적은 제품을 개발해 공급하면 소비자들의 적극적 구매를 유도할 수 있고 친환경 이미지 제고도 가능하다. 또한 신규 환경규제가 도입될 경우 새로 창출되는 시장을 선점하는 것도 가능하다. 시장에서 환경문제를 기회로 삼고자 할 때 차별화 전략이 필요하며, 이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기업은 다른 경쟁사에 앞서 시장 흐름을 주도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이병욱 전 환경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