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유회사 엑슨모빌이 2050년까지 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의 실질적 배출량을 제로(0)로 만드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18일(현지시간) 발표했다. 하지만 범위 설정에 소극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엑슨모빌은 자사의 전 세계 원유 정제시설, 화학제품 생산공장 등에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감축하겠다는 내용의 성명을 이날 발표했다. 앞으로 2년 동안 구체적인 방법을 내놓고 2050년까지 실질적 탄소 배출량 제로를 이루겠다는 목표다. 스코프 1(직접적인 탄소 배출)과 스코프 2(간접적인 탄소 배출)단계에서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엑슨모빌의 발표를 살펴보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분석도 나온다. 엑슨모빌의 탄소 배출량에서 가장 비중이 큰 스코프 3(제품 사용, 운송 등에서의 탄소 배출)단계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2020년 스코프 3단계에서의 탄소 배출량은 5만4000t으로, 스코프 1과 2 합산 배출량의 다섯 배였다.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 옥시덴탈, 로열더치셸 등 다른 정유사는 스코프 3까지 포괄하는 탄소중립 계획을 갖고 있다.

엑슨모빌은 주주로부터 기후변화 대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라는 압박을 받아왔다. 친환경 대책을 요구하는 주주의 지지를 받은 헤지펀드 엔진넘버원은 지난해 5월 주주총회에서 엑슨모빌 이사회 세 자리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후 엑슨모빌은 탄소배출 감축에 6년 동안 150억달러 투자, 미 텍사스주 퍼미안 분지에 있는 셰일오일 생산지에서의 탄소중립 실현 계획 등을 발표했다.

이날 뉴욕증권거래소(NYSE)에서 엑슨모빌 주가는 전날보다 1.68% 오른 73.08달러로 마감했다. 엑슨모빌 주가는 최근 1년 동안 49% 상승했다.

이고운 기자 cca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