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은 인권을 비롯해 사회적 책임 이행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자금조달 전략에도 변화를 주고 있다. 각종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투자 목적으로 발행하는 소셜본드 발행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기업의 원화 소셜본드 발행 규모는 총 61조8429억원으로 2020년(46조7901억원)보다 32.1% 증가했다. 2019년(20조26억원)보다는 세 배가 넘는 금액이다. 소셜본드는 자금 사용 목적이 저소득층 지원 등 사회적 책임 이행으로만 제한된 채권이다.

공적 업무를 수행하는 한국주택금융공사 등 공기업들이 발행의 상당 비중을 차지하고 있기는 하다. 하지만 2~3년 전만 해도 보기 어려웠던 민간기업들이 최근 발행 명단에 활발히 오르고 있다.

SK하이닉스가 대표적이다. 이 회사는 지난해 4월 산업재해 예방, 취약계층 지원, 중소중견 협력업체 지원 등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4400억원 규모 소셜본드를 발행했다. 이외에도 롯데쇼핑(1700억원) 미래에셋증권(1000억원) CJ제일제당(600억원) 등이 소셜본드 발행대열에 합류했다.

대형 기관투자가들이 사회적 책임 이행 여부를 투자대상 선정 과정에서 주요 평가 요인으로 삼기 시작하면서 기업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관련 자금조달 방식도 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과 인권정책기본법 등 사회적 책임과 관련한 법이 연이어 시행을 앞두고 있어 기업들이 이와 관련한 자금조달을 더 늘릴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박성원 KB증권 IB영업총괄 부사장은 “사회 각계각층의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분위기가 이어지는 가운데 새로운 제도까지 도입되면서 기업들이 더 적극적으로 발맞춰가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