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서울 한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 모습. /한경DB
"강력한 대출 옥죄기 정책의 목적은 대선 직전까지 부동산가격의 급등을 막는 것이다. 정치적 목적으로 도입된 대출 규제가 시장 원리를 훼손하고 있다."

홍콩계 증권사 CLSA 폴 최 서울지점 리서치센터장은 지난 8일 '이상한 나라의 은행업(Banking Wonderland)'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여당·정부의 정책을 조목조목 비판했다. 금융위원회의 대출 규제가 시장을 옥죄고 여러 부작용을 낳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여당은 셀 수 없는 부동산 규제로 가격 급등을 불러왔고 지지층의 비판에 직면했다"며 "부동산 정책을 되돌리면 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꼴이 되는 만큼 부동산 시장으로 향하는 '돈 줄'을 죄면서 가격 급등을 막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비슷한 맥락에서 한국은행은 11월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로 은행이 좋은 신용자들에게 대출을 중단하고 있다"며 "고신용자와 주택담보대출에 적용된 금리가 저신용자와 무담보대출보다 더 높게 형성되는 등 시장 원리에 반하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지적했다. 그의 지적대로 정부 대출 규제에 따라 신용이 좋은 사람에게 제공하는 우대금리 혜택이 모두 폐지되는 동시에 가산금리는 높였다.

이에 따라 고신용자 대출 금리가 저신용자보다 올라가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여기에 담보를 제공하는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담보를 제공하지 않는 신용대출을 웃도는 상황도 이어지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의 지난 1일 주택담보대출 혼합형(고정형) 연 3.97∼5.377%로 신용대출 금리(연 3.35∼4.68%) 금리보다 상·하단 모두 높다.

최 센터장은 이 같은 '금리 역전 현상'에 대해 “우연의 일치인지 아닌지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3월 국무회의에서 ‘신용도 높은 사람이 저(低)이율을, 낮은 사람은 고(高)이율을 적용받은 구조적 모순이 있다’고 밝힌 직후 나타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정부의 가계대출 규제를 비롯한 ‘옥죄기 모드‘는 내년 3월 대선전까지 지속할 것"이라며 "가계신용 증가율 하락과 금리인상, 치솟는 소비자물가에 수출 증가율 하락 등이 내년에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코스피는 이같은 가계대출 규제의 엉뚱한 피해자”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시장의 역할을 옥죄는 정책으로 (코스피가) ‘선진국 시장(developed market)’에서 멀어지고 있다”며 "한국 시장 투자를 방어적으로 접근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후보의 재난지원금에 대한 언급도 내놨다. 최 센터장은 "이재명 후보의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 논의가 인플레이션 우려와 맞물려 시장금리를 밀어 올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 센터장은 지난 9월 발간한 ‘이재명은 누구인가(Jae-myung who?)’라는 제목의 보고를 통해서 “이재명 경기지사가 내년 3월 대선에서 승리한다면 ‘부채의 화폐화’(중앙은행이 발권력을 바탕으로 정부 부채를 떠안는 것)를 시도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