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S 따라잡기
주요 7개국(G7) 경제·통상장관들이 10월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맨션 하우스에서 G7 통상 서밋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경제·통상장관들이 10월 22일(현지 시간) 영국 런던의 맨션 하우스에서 G7 통상 서밋에 참가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6월에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에서 각국 정상은 공동성명을 통해 글로벌 공급망에서 벌어지는 강제 노동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는 동시에 강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한 세부 방안을 후속 회담인 G7 통상장관회의에서 구체적으로 논의할 것을 예고했다. 실제로 지난 10월에 열린 G7 통상장관회의에서 글로벌 공급망 내 강제 노동 이슈가 주요 안건으로 다뤄졌고, 10월 22일 논의 결과를 담은 G7 통상장관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발표 내용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500만 명이 여전히 강제 노동에 시달리고 있다. 특히 농업, 태양광, 섬유업계를 특정하면서 국가에 의해 취약계층이나 소수민족에게 자행되는 강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국가들이 연대해 공동 대응하기로 했다. 또 강제 노동을 근절하기 위해 각국의 통상정책을 중요 수단으로 활용하겠다고 선언했으며, 기업에도 국제노동기구(ILO), UN 기업인권 이행 지침(UNGP), OECD 가이드라인, 실사지침 등 국제규범이 제시하는 기준을 적용할 것을 예고했다.

강제 노동 우려, NCP에 거는 기대

물론 이 공동성명에는 직접 언급되지 않았을 뿐 결국 중국 신장 위구르 자치구의 인권문제를 염두에 두고 작성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다. 그러나 강제 노동 근절과 인권 경영은 갑자기 등장한 이슈가 아니다. 공동성명에서 언급했듯 ILO, UN, OECD 등 국제기구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논의를 진행해왔으며, UNGP, OECD 가이드라인과 실사 지침 등 국제규범은 전 세계 각 분야 전문가들이 장시간 머리를 맞대고 연구한 결과물이다.

G7 통상장관 공동성명에 언급된 내용 중 기업의 책임 경영을 위한 수단으로 국내연락사무소(National Contact Point, 이하 NCP)의 역할이 강조되는 점이 주목할 만하다. 그럼 NCP는 과연 어떤 기관이며, 무슨 기능을 담당하는 것일까.

OECD는 다국적기업이 활동하는 국가의 정책 및 그 사회와 조화를 이뤄 활동하도록 보장하기 위해 책임 있는 기업 행동에 관한 원칙과 기준인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이 가이드라인은 회원국 공동의 명의로 다국적기업에 대해 일정한 사회적 책임을 부여하는 국제규범이다.

다만, 다국적기업에 대해 법적 구속력을 갖지 못한다는 국제규범으로서 한계가 지적되자, OECD 이사회는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확보하기 위해 2000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 절차에 관한 이사회 결정’을 채택했고, 이에 따라 가이드라인을 수락한 국가는 가이드라인 이행과 관련한 업무를 담당할 NCP를 설치해야 하며, 현재 우리나라를 포함한 총 48개국에 설치되어 있다.

우리나라는 2001년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 이행을 위한 국내연락사무소(NCP) 운영규정’을 제정해 NCP를 설치·운영하고 있으며, 한국NCP 사무국은 2013년부터 대한상사중재원에서 담당하고 있다.

NCP가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의 실효성을 확보하고자 담당하는 핵심 기능은 바로 ‘이의신청에 따른 조정’이라는 분쟁해결 절차다. 만약 다국적기업 활동이 OECD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을 위반할 경우 근로자, NGO 등 다국적기업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이해관계자라면 ‘누구나’ 다국적기업의 활동에 대해 NCP에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특정 다국적기업의 가이드라인 위반에 대한 이의제기는 사건이 발생한 국가의 NCP에 하는 것이 일반적이나, 만약 해당 국가에 NCP가 설치되어 있지 않다면 피신청인인 다국적기업의 본국에 설치된 NCP에 이의를 제기하는 것도 허용한다.

NPC 활용한 분쟁해결 늘어나

이의제기를 접수한 NCP는 양 당사자의 의견을 들은 후 사안에 대한 평가를 거친 다음 주선 및 조정 절차에 들어가 사안의 쟁점을 놓고 합의안을 도출하기 위한 협의를 진행한다. 그럼에도 최종적으로 합의안이 도출되지 못할 경우 NCP는 의결을 거쳐 권고 의견을 제시할 수 있으며, 이러한 각 국가 NCP의 이의제기 사안의 처리 결과는 매년 OECD에 보고된다.

이처럼 NCP가 중요한 기능을 수행함에도 우리 기업에는 아직 알려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한국NCP에 접수되는 이의제기 사건 수가 증가하고 있으며, 해외 NCP에도 우리나라 기업이 피신청인으로 이의제기 절차에 회부되는 경우도 증가하는 추세다. 그리고 대체적 분쟁해결 제도라는 근본적 한계가 있음에도 최근 코닝정밀소재 사건에서와 같이 NCP를 적극 활용해 분쟁이 종국적으로 해결되는 사례도 점차 늘고 있다.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은 이해관계자와의 상생과 협력이 핵심이기에 분쟁해결 측면에서도 종전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만약 기업이 경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해관계자와의 갈등을 법원이 아닌 대화와 조정을 통해 해결한다면 사회적비용을 최소화하고 갈등을 조기에 해소하는 실익이 있을 뿐 아니라 평판을 긍정적으로 전환하는 기회로 삼을 수 있을 것이다. G7 통상장관 공동성명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NCP의 역할과 기능이 점차 부각될 것으로 예상되는 이 시점에서 우리 기업이 NCP 이의신청 제도를 잘 이해해 대응하고, 나아가 ESG 경영 측면에서 적극 활용하기를 기대해본다.

오지헌 법무법인 원 ESG센터 수석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