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ESG] 이슈 브리핑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18년 '제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 기자회견에서 '지구온난화 1.5도' 특별 보고서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지구가 열병을 앓고 있다. 특히 올여름엔 열대야뿐 아니라 늦은 장마와 태풍까지 이어져 예측하기 어려운 날씨가 계속되었다. 이런 이상기후는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리스와 북미 서부에서는 폭염으로, 독일·중국·일본 등은 대홍수로 날씨를 종잡을 수 없게 되었다. 사람이 병에 걸리면 열부터 나는 것처럼, 지구도 중병에 걸린 듯 고열에 시달리고 있다.

얼마 전 유엔 기후변화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충격적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 8월 9일에 발표한 IPCC 제6차 보고서는 인간 활동이 전대미문의 속도로 기후를 바꾸고 있다며, 범지구적 대응을 촉구하는 ‘최후통첩’을 내렸다. 환경을 고려하지 않는 인간의 탐욕적 경제활동은 지구의 대기·해양·육지의 온난화에 악영향을 미쳐 앞으로 10년 안에 예상을 뛰어넘는 폭염·가뭄·홍수 같은 대재앙이 늘어날 거라고 경고했다.

IPCC는 일찍부터 지구온난화를 경고해왔다. 기후변화에 대해 전 세계 과학자의 지식을 집약하는 유엔기구인 IPCC는 1990년부터 기후변화가 지구환경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발표해왔다. 특히 2018년에 발간한 〈1.5도 특별 보고서〉는 지구온난화로 인한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기온 상승을 1.5℃로 제한해야 하며, 2030년까지 온실가스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줄여야 한다고 권고했다.

〈1.5도 특별 보고서〉보다 더 강한 경고

이번 제6차 보고서가 더 충격적인 점은, 3년 전에 발표한 특별 보고서보다 지구가 더 빨리 뜨거워졌기 때문이다. 특별 보고서는 1.5℃ 기온 상승 도달 시점을 2052년 무렵으로 예측했는데, 이번 보고서는 10년 이상 빠른 2040년에 도달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이는 전례없는 일로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전 지구의 평균기온이 산업화 이전보다 1.09℃ 높아졌고, 해수면 상승 속도도 약 2.85배 증가하는 등 최근 추세가 매우 심각함을 보여준다.

주목할 점은, 2019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가 200만 년 만에 최대값을 기록했다는 것이다. 보고서는 1850년 이후 인간은 2조400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배출했는데, 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배출 허용량은 이제 4000억 톤밖에 남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는 지구의 온도 변화를 억제할 수 있는 이산화탄소의 86%를 이미 배출했다는 의미다. 최근에는 기온 상승 추세가 더욱 빨라져 10년마다 0.2℃씩 오르고 있다. 현재 속도로 이산화탄소를 배출한다면 기온 상승의 마지노선인 1.5℃를 초과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보고 있다.

이번 보고서는 7년 전 제5차 보고서와 비교하면 앞으로 기후변화가 어떻게 진행될지 예상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았다. 2015년 제5차 보고서를 채택한 뒤 195개 국가가 넷제로를 위해 노력하겠다며 파리협정에 서명했지만, 지구온난화는 더욱 가속화되고 있다. 획기적인 대책 없이 지금 추세가 이어지면 폭염·대홍수·가뭄 등이 빈발하며, 빙하가 녹고, 연안부의 홍수와 해안 침식·해양 산성화·열대 저기압 강화 등이 나타나는 기후변화는 불가피하다. 기온을 1.5℃로 억제해도 해수면은 2100년에 28~55cm 상승하며, 최대 1m가 오를 수도 있어 삼면이 바다인 우리나라로서는 염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이번 제6차 보고서의 성과는 크게 두 가지다. 먼저 66개국 234명의 과학자가 1만4000편의 논문을 정밀하게 조사한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7년 전 제5차 보고서를 작성할 때만 해도 지구온난화가 화석연료 때문이라는 주장을 음모론적 시각에서 보던 사람들도 꽤 있었다. 하지만 제6차 보고서는 이런 부류의 학자들도 모두 참여했기에 현존하는 지구온난화 분야에서 ‘세계 과학을 집대성’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음모론’ 주장하던 학자들도 모두 참여해

또 하나는 이번 보고서가 실무 연구의 결과물이라는 점이다. 2015년 2월 제41차 총회에서는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변화를 관찰하고 대응하기 위해 3개의 실무 그룹을 만들어 보고서를 작성하기로 했는데, 이번 발표는 그 첫 작품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자연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연구의 결과물이다. 실무 연구 결과는 지금도 이어지고 있어 2022년 2월에는 ‘영향·적응·취약성’을, 3월에는 ‘기후변화 완화’에 대한 보고서를 발간할 예정이다. 이를 토대로 7월에는 종합 보고서를 발표하고 검토 후 9월에 채택된다.

이번 제6차 보고서는 큰 파장을 만들고 있다. 첫째, 오는 10월 스코틀랜드에서 열리는 제26회 유엔 기후변화회의(COP26)에 의제로 오르게 된다. IPCC는 각국의 정책결정자가 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국제협상을 원활하게 진행할 수 있도록 보고서를 약 40페이지로 요약했다.
IPCC 제6차 보고서, 10년 당겨진 위기 시계
정책결정자들은 이를 바탕으로 기후변화에 대한 협상을 좀 더 수월하게 할 수 있다. 이번 보고서가 COP26에 던진 메시지를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현재 기후변화는 심각한 상황이며, 모든 국가·기업·사회는 앞으로 10년 안에 2030년 탄소배출 감소 목표와 금세기 중반까지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한 장기 목표와 일정표를 제시하라는 것이다. 이는 COP26 참여국 중 탄소배출이 많은 국가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것이다.

둘째, EU 택소노미에도 직접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2022년 7월에 시행할 예정인 EU 택소노미는 기후변화에 대한 능동적 대응을 목표로 한다. 보고서를 통해 기후변화가 먼 이야기가 아니라 폭염과 홍수처럼 삶을 직접 위협할 수 있다는 것을 절실히 깨달은 정책입안자들은 EU 택소노미에 넷제로 강화 정책을 더 많이 추가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지난 5월에 발표한 국제에너지기구(IEA) 보고서의 탄소중립 권고도 내년에 발표할 예정인 제6차 보고서의 2·3차 실무 보고서는 물론 7월의 종합 보고서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다. IEA의 권고도 1.5℃ 억제를 달성하기 위해 화력, 가스발전소 신축을 10년 안에 금지해야 한다며 보고서와 비슷한 주장을 하고 있다.

셋째, ESG에서 환경 분야(E)가 핵심이 될 전망이다. ESG는 ‘사회책임(SRI)’ 혹은 ‘지속 가능’ 관점에서 재무적 요소와 함께 고려된다. 이번 보고서도 넷제로를 위한 금융의 역할을 더욱 강조하고 있다. 보고서는 넷제로 경제적 이행을 위해 정부의 강력한 리더십을 독려하고 자산가와 운용자에게 ‘Race to Net Zero’를 위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고 있다.

요약하면, 이번 IPCC 제6차 실무 보고서는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적 근거를 제시함으로써 기업이 탄소배출에서 도덕적이지 않으면 존경받지 못하고, 나아가 국가와 기업의 지속 성장도 담보하기 어려운 시대로 접어들었음을 알려준다. 열병을 앓고 있는 심각한 지구 상황을 전 세계에 알리고 인류의 지속 가능성을 위해 ESG 경영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최후통첩을 보내고 있다.

김영우 동반성장연구소 연구위원